한 경력단절 여성이 경남여성새로일하기센터가 개설한 특수용접 기술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해 실습을 하고 있다. 경남여성새로일하기센터 제공
경남 창원의 한 방위사업체에서 일하는 김미현(44)씨는 1년 전까지 세 딸을 키우는 평범한 엄마였다. 2002년 결혼 전까지 철강회사 사무직으로 일했던 그는 “여자들이 결혼하고 회사 다니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회사의 눈치에 떠밀려 스물여섯살에 퇴사했다. 이듬해 첫딸과 연년생 둘째를 출산한 이후 17년간 경력단절 상태로 전업주부의 삶을 살았다. 결혼 생활 중간중간 자동차 관련 업체에서 일하는 남편의 외벌이 부담을 덜어볼까 싶어 ‘알바’를 하기도 했지만, 최저시급을 받는 편의점이나 회사 구내식당 등 오래 다닐 수 있는 직장은 아니었다. 첫째가 고등학교에 입학한 지난해 김씨는 “더 늦기 전에 좀 더 괜찮은 일을 구하고 싶어” 재취업을 결심했다.
20년 가까이 경력이 단절된 그의 재취업은 시작부터 난관이었다. 사무직을 하기엔 40대라는 나이의 문턱을 넘기 어려웠고, 제조업체의 단순 생산업무도 사무직 경력만 있는 김씨보단 동종업 경력자를 선호했다. 그러던 지난해 7월 ‘경남여성새로일하기센터’를 찾았다. 센터에서 직업교육훈련을 받아 자격증을 딴 뒤 취업을 준비하는 게 훨씬 도움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센터 직업상담사들은 김씨의 희망 분야를 고려해 지원 가능한 업무를 상담해준 것은 물론 이력서 작성 등을 세심하게 알려줬다. 이곳에서 그는 전국에서 방위사업체가 두번째로 많은 창원 지역의 특성에 맞춘 ‘중소기업 솔더링(납땜) 여성기능인력 양성과정’을 수강했고, 관련 자격증을 따 지금의 회사를 다닐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김씨처럼 결혼·출산으로 30대에 고용시장을 떠나면서 큰 폭으로 떨어졌다가 40대 이후 복귀하는 ‘엠(M)자형 곡선’을 그린다. 하지만 대개 경력단절을 겪은 여성들은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2007년 문을 연 경남여성새로일하기센터는 이 과정에서 경력단절 여성들이 ‘질 낮은 일자리’로 가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 직업교육훈련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강현미 경남여성새로일하기센터 사무국장은 “초기엔 단순 생산직 쪽으로 취업하는 여성이 많았는데, 급여도 낮고 전문적인 업무가 아니다 보니 장기간 고용이 유지되지 않았다”며 “2010년 폴리텍대학과 연계해 기존에 남성들만의 분야로 여겨져온 특수용접·시엔시(CNC)기계실무 등 기술 교육을 시작하면서 전문성을 갖춘 경력단절 여성들이 남성과 비슷한 수준의 보수를 받거나 안정적인 일자리에 취업하는 사례가 늘었다”고 말했다.
실제 경력단절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기술 교육은 이들의 장기근속으로 이어졌다. 또 다른 경력단절 여성인 남아무개(47)씨는 2011년 센터에서 ‘시엔시 기계실무 과정’을 수료한 뒤 10년째 한 직장에서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남씨는 “간단한 휴대전화 조립 아르바이트는 구할 수 있었지만, 경력단절 여성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곳은 없었다”며 “전문 기술이 있어야 정규직 입사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해 센터를 찾았고,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 10년간 센터를 통해 취업에 성공한 경력단절 여성은 2011년 3610명에서 2018년과 2019년 각각 5261명, 4866명으로 늘어 최근 2년간 1만명을 넘겼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31일 ‘제20회 고용평등 공헌포상’ 유공자 부문 대통령 표창을 받은 강 사무국장은 “과거엔 기업들이 선호한 청년 구직자들은 이직률이 높아, 책임감이 강한 경력단절 여성을 찾는 일이 늘었다”며 “여성들의 사회활동 참여 의지도 10여년 전보다 훨씬 능동적으로 변화했다”고 말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