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전경.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제공
코로나19 확산으로 ‘집콕족’이 늘어나면서 국내 주요 게임업체들의 2분기(4~6월) 실적이 크게 개선된 가운데, 관련업계 노동자들이 신작 출시와 국외시장 진출 등을 이유로 여전히 주 52시간제를 위반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스마일게이트지회에 따르면, 지난달 직원 222명을 대상으로 노동시간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12.6%가 ‘주 52시간 초과근무를 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이에 따른 초과근무 수당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스마일게이트 노사는 지난해 10월 장시간 노동 문제의 주범으로 꼽혀왔던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선 포괄임금제 폐지 이후에도 전체 구성원의 절반가량이 노동시간의 감소를 체감하지 못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포괄임금제 폐지 이후 ‘노동시간이 감소하지 않았다’는 응답은 전체의 46.4%를 차지해 ‘노동시간이 감소했다’는 응답(47.7%)과 비슷했다.
최근 3개월간의 평균 노동시간을 보면, 주 52시간제 시행 직후인 2년 전(2018년 9월)보다 조직·직무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일주일에 49시간 이상 일하는 장시간 노동 비중은 2018년 20.4%에서 2020년 25.7%로 5.3%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44시간 이상 49시간 미만 근무는 37.5%에서 32.9%로, 40시간 이상 44시간 미만은 41.8%에서 39.6%로 줄었다. 40시간 미만 근무자는 0.3%에서 1.8%로 조금 늘었다. 이는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전반적으로 노동시간이 줄어들었지만, 신작 게임 출시와 해외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일부 부서의 경우 오히려 노동시간이 늘었다는 뜻이다.
노조는 지난달 미국 아마존 계열사와 북미·유럽 독점 퍼블리싱 계약을 맺은 게임 ‘로스트아크’의 개발사인 스마일게이트알피지(RPG)와 올 하반기 신작 ‘크로스파이어엑스(X)’를 출시 예정인 스마일게이트엔터테인먼트 등 그룹의 핵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법인을 중심으로 이른바 ‘크런치 모드’(게임업계에서 신작 출시 등을 앞두고 회사에서 비정상적인 장시간 노동을 지속하는 것)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차상준 스마일게이트 지회장은 “스마일게이트아르피지의 경우 지난 7월 고용노동부의 특별연장근로 인가를 위해 직원들의 서명을 받는 등 노동시간 단축 노력을 흔드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며 “네이버·넥슨 등 다수의 아이티(IT) 기업들이 포괄임금제를 폐지한 이후 노동시간 감소 효과가 나타났는데, 스마일게이트에서만 그에 역행하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은 결국 경영진의 책임”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노조는 지난달 18일 회사의 주 52시간제 위반에 대해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에 근로감독 청원서를 제출했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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