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늘어난 음식 주문 앱 라이더들의 오토바이. <한겨레> 자료사진
지난 3월, 음식 주문 앱 ‘쿠팡이츠’ 라이더로 일하는 ㄱ씨는 서울 구로구의 한 교차로에서 배달 중 교통사고를 당했다. 당시 인공지능(AI) 알고리즘에 기반한 쿠팡이츠 앱이 제시한 예상도착시간은 20분이었는데, 이를 어길 경우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공지가 생각나 비가 오는데도 무리하게 속도를 낸 탓이었다. ㄱ씨는 “배달앱이 알고리즘을 통해 라이더에게 보여주는 예상도착시간은 일반 내비게이션에 나오는 시간보다 훨씬 짧다”며 “이 때문에 라이더들은 사고가 나기 쉬운 날씨에도 과속을 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교통사고로 이어지는 일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20일 라이더유니온이 사무금융우분투재단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배달노동자 자차수리비 지원 사업’ 신청자 7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올 상반기와 비교해 최근 3개월간(7~9월) 라이더들의 교통사고 빈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배달앱의 ‘시간 재촉’에 그러잖아도 사고 위험이 높은데, 하반기 들어 길었던 장마와 수도권의 ‘강화된 거리두기 2단계’(준 3단계) 조치가 더해지면서 사고가 더 많이 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발표된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70명 가운데 28.2%가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된 기간(8월15일~9월30일)에 사고를 당했고, 16.7%는 올 여름 장마철(7~8월)에 교통사고를 겪었다고 응답했다. 7~9월 석달 동안 사고를 당한 라이더가 44.9%로 상반기 6개월(55.1%)보다 10%포인트가량 적긴 하지만, 기간 차이를 고려하면 하반기 들어 사고가 집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고가 난 라이더 가운데 57.6%는 경력 1년 미만의 저숙련자였다. 특히 배달 경력이 3개월 미만인 경우가 36.6%에 달했다. ‘라이더 연봉 1억원’ 등의 잘못된 정보가 알려지면서 신입 라이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교통사고가 난 직접적인 원인은 △상대방 부주의(차량·보행자) 54.5% △시간압박 37.9% △기상악화 24.2% 등의 순이었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기획팀장은 “최적의 배달 일감을 배차한다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산으로 가로막혀 돌아가야 하는 경로를 인식하지 못해 9분이 걸려 갈 수 있는 코스를 2분 만에 도착한다고 안내한다”며 “이같은 알고리즘이 어떻게 구성된 것인지 라이더들에게 공개되지 않는다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배달노동자 자차수리비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는 사무금융우분투재단의 신필균 이사장은 “언택트 소비 확산과 60일 이상의 긴 장마가 겹치면서 이륜차 교통사고가 많았던 만큼 단순 일회성 안전교육이 아닌 라이더 안전보장법이 마련돼야 한다”며 “소비자 문화도 ‘빨리 배달해 주세요’ 대신 ‘안전하게 배달해 주세요’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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