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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프리랜서 방송작가 코로나 걸리면 해고 위험?

등록 2020-10-26 04:59수정 2020-10-26 07:36

KBS·MBC 등 계약서 내용 보면
질병 등 건강상 이유 해지 가능
“정부 권고 무시한 부당대우” 지적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작가’가 질병과 같은 건강상의 이유로 계약 내용을 이행할 수 없다고 인정될 경우 서면으로 즉시 본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다.”(한국방송)

“‘을’(작가)이 질병, 사고,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인하여 프로그램 출연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 ‘갑’(방송사)은 본 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며….”(문화방송)

프리랜서 신분인 방송작가들이 <한국방송>(KBS), <문화방송>(MBC) 등과 체결한 집필 계약서의 내용이다. 이 내용대로라면, 한국방송에서 뉴스·시사교양·라디오 프로그램을 만드는 작가가 코로나19와 같은 질병에 걸렸을 경우 ‘사회적 재난’의 보호책 없이 즉각 회사로부터 ‘계약 해지’ 통보를 받게 된다. 하지만 2017년 12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도입해 사용을 권고한 방송 분야 표준계약서(6종)의 계약해지 사유에 ‘질병’은 포함돼 있지 않다. 정부 권고를 무시한 채 프리랜서 노동자에게 불리한 자체 계약서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25일 한국방송, 문화방송 등 방송사 34곳(문화방송 지역사 포함)이 지난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수진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비정규직·프리랜서 인력 활용 실태 자료를 보면, 이처럼 불합리한 계약서를 작성하고 있는 방송사의 작가들은 910명에 이른다. 전체 종사자의 고용구조를 보면, 방송사 인력 10명 가운데 6명이 고용불안과 저임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프리랜서다. 비정규직(무기계약직 제외)은 42.0%(6999명), 프리랜서는 15.9%(2659명)였다. 방송사 프리랜서의 71.2%는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분장·코디(100%) △작가(85.5%) △아나운서(73.2%) 등의 직종에서 여성의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이들이 받는 한달 급여는 최저임금 수준에 미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작가 172만5천원 △수어통역사 122만3천원 △캐스터 120만2천원 △리포터 98만3천원으로 조사됐다.

앞서 지상파 방송 4개사(한국방송, 문화방송, 에스비에스, 교육방송)와 민주노총 전국언론노조는 2018년 9월 산별협약 체결 당시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위해 “2018 하반기 내 ‘고용구조 실태 조사’를 실시”하고 개선 방안을 추진하기로 합의했지만 프리랜서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은 2년 넘게 진척이 없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안 그래도 고용이 불안한 프리랜서 작가들의 건강 문제를 계약해지 조항에까지 넣는 건 매우 부당하다”며 “방송통신위원회가 표준계약서 활용 여부를 전수조사해 고용구조와 부당대우 등에 대한 실질적인 개선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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