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오른쪽 둘째)와 나기홍 삼성전자 부사장(왼쪽 둘째) 등 노사 관계자들이 3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사 상견례 및 첫 단체교섭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창립 이후 51년간 ‘무노조 경영’을 이어온 삼성전자가 노동조합과 사실상 첫 단체교섭을 시작했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5월 ‘대국민 사과’ 회견을 통해 노동3권 보장을 약속한 바 있다. 삼성전자 노조 결성은 2018~2019년에 이루어졌지만, 아직 단체협약도 제대로 맺지 못한 상황이어서 추이가 주목된다.
삼성전자 노조 공동교섭단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나기홍 경영지원실 인사팀장(부사장)과 회사 쪽 교섭위원인 최완우 반도체사업부문(DS) 인사기획그룹장(전무) 등과 만나 한시간가량 첫 단체교섭 상견례를 했다.
이 자리에서 김만재 한국노총 금속노련 위원장은 “공동교섭단은 30년 무노조 경영의 사슬을 끊고 삼성전자 최초의 단체협약을 쟁취하겠단 목표 아래 이 자리에 모였다”며 “노동자를 존중하고, 노조 활동을 인정하는 것이 (삼성전자가) 초일류 100년 기업이 되는 첫걸음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기홍 부사장은 “이번 교섭은 삼성전자의 새로운 노사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굉장히 중요한 시간이 될 것”이라며 “노사가 상호 이해하고 동반자로서의 중요성도 인식하면서 상생과 협력적인 노사관계의 모델을 만들어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노사는 교섭위원 구성과 교섭 일시, 조합 활동 보장 등의 원칙을 담은 기본합의서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노사는 이달 17일부터 월 4회의 정기교섭을 열게 되며, 공동교섭단의 단체교섭 준비를 위한 임시사무실 운영비용 등은 회사 쪽이 지원한다. 또한 노조 쪽 교섭위원의 관련 활동시간도 보장하기로 했다. 공동교섭단은 조만간 구체적인 교섭요구안을 회사 쪽에 제출할 예정이다.
현재 삼성전자에는 지난해 11월 한국노총 금속노련 전국삼성전자노조가 출범하기 전에 세워진 삼성전자사무직노조(2018년 5월), 삼성전자구미지부노조(2018년 8월), 삼성전자노조(2018년 8월) 등 모두 4개의 노조가 결성돼 있다. 기존 3개 노조의 경우 상급단체 가입 없이 회사와의 교섭을 시도한 적이 있으나 타결에 이르진 못했다. 이에 한국노총 금속노련은 지난 9월 교섭창구 단일화를 위해 나머지 3개 노조와 공동교섭단을 꾸려 두 차례의 실무협의를 진행했다.
김만재 위원장은 이날 상견례를 끝낸 뒤 벌인 브리핑에서 “(노사) 서로 긴장감은 없지 않아 있었던 것 같다. 사전 실무협의를 통해 기본 협의(내용)는 확정했기 때문에 회사도 과거 (교섭에) 거리감을 두었던 모습에 비해선 상당히 전향적이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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