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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11년 만에 복직했는데…” 다시 해고 불안에 떠는 쌍용차 노동자들

등록 2020-12-22 16:54수정 2020-12-23 02:46

11년 전 회생절차 신청 이후 대규모 정리해고
이후 해고자와 가족 30명 세상 등지는 등
우여곡절 끝에 올해 5월에야 복직 마무리
노조 “대주주 마힌드라에 책임 물을 것”
한 쌍용차 해고자가 2019년 12월 열린 간담회에서 고개를 숙인 채 참가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한 쌍용차 해고자가 2019년 12월 열린 간담회에서 고개를 숙인 채 참가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갑작스러운 회사의 ‘기업회생절차 신청’ 소식에 다시 해고의 상흔을 떠올렸다. 11년 전 회생절차 신청 이후 대규모로 정리해고된 노동자들이 이어지는 동료와 그 가족들의 죽음을 겪고 우여곡절 끝에 모두 복직한 지 이제 겨우 7개월이 지났을 뿐이다.

김정욱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사무국장은 22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회생절차 신청 소식을 듣고 다들 표정이 굳었고, 겁을 먹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10년 만에 회사에 복직한 한 동료 노동자는 ”소식 듣고 나서 다리가 풀려서 힘들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복직자는 “언론을 통해서 보도되고 있지만 차마 배우자에게 소식을 전하진 못하겠다”고 했다.

쌍용차 노동자 대다수는 회생절차 신청을 두고 회사로부터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노조 간부 등 일부는 사전에 소식을 접했지만 회사 쪽에서 공식 확인을 받지 못했고, 현장 노동자들에게도 별다른 사전 공지는 없었다. 2016년 복직한 쌍용차 노동자 이창근씨는 “급작스러웠고 허탈했다”며 “회사 결정이 현장과 동떨어져 있다. 매각이나 회생신청 등 아는 게 없다”고 했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올해 5월까지 약 11년 동안 복직 투쟁을 거쳤다. 2004년 쌍용차를 인수한 중국 상하이자동차는 2009년 1월 쌍용차의 경영권을 포기하고 회생절차(당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쌍용차는 경영상의 이유 등을 들어 같은해 4월 총인원의 36%에 달하는 노동자 2646명에 대한 해고안을 통보했다. 노조는 77일 동안 평택공장 옥쇄파업에 들어가는 등 저항했다. 하지만 같은해 6월 1666명이 희망퇴직 등으로 퇴사했고, 나머지 980명은 정리해고됐다. 정리해고자 가운데 일부가 재합의를 통해 무급휴직이나 희망퇴직을 택하기도 했다.

이후 2010년 11월 인도의 마힌드라그룹이 쌍용차 인수 계약을 맺었고, 이듬해 3월 회생절차가 끝났다. 2013년 무급휴직자 454명이 복직됐고, 해고자와 희망퇴직자 등도 순차적으로 복직했다. 마지막으로 회사 밖에 남은 47명은 2018년 9월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중재로 타결된 노사 합의에 따라 올해 초부터 출근하기로 되어있었으나, 지난해 말 무기한 유급휴직 통보 등을 겪는 등 진통 끝에 올해 5월 11년만에 겨우 복직했다. 이 과정에서 30명에 이르는 해고자와 그 가족들이 극단적 선택이나 병사 등으로 세상을 등졌다. 올해 4월 마힌드라는 쌍용차에 23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던 투자 계획을 취소했고, 이후 미국 자동차 유통업체 HAAH오토모티브홀딩스에 쌍용차 매각을 위한 협상을 벌이던 중 전격적으로 회생절차 신청이 이뤄졌다.

구성원들은 적어도 2009년 사태가 재발하지 않기를 바란다. “여기까지 어렵게 왔어요. 2009년 같은 일이 다시 오면 원만한 상황이 도출되었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되지 않을 것 같네요. 평범하게 살고 싶은 사람들이 평범하게 살 수 있으면 좋겠어요.” 2017년 복직한 고동민 조합원의 말이다.

김득중 쌍용차지부장은 “대주주 마힌드라가 역할을 다하지 못한 부분들에 대해 문제점을 확인하고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며 “정부도 (상하이차와 마힌드라 등) 외국 투자기업에 대한 사회적 책무와 규제보다는 지원 쪽에 비중을 뒀던 터라 먹튀와 같은 문제점 야기된 것에 대한 지적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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