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지회·삼성전자서비스지회·민주노총 금속노조 등이 결성한 삼성그룹 노동조합 대표단은 22일 오전 서울 중구 고용노동부 서울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그룹이 노사협의회에 대한 불법 지원과 운영을 통해 노조를 탄압하고 무력화하고 삼성의 노사협의회들은 불법을 감행하면서 사측의 입맛에 맞게 운영돼왔다”고 주장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무노조 경영 폐기’를 선언했던 삼성이 최근 연이어 그룹에 설립된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기 위해 노사협의회를 불법 지원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노사협의회를 활용한 ‘노조 힘 빼기’ 전략은 2013년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공개한 ‘에스(S)그룹 노사전략 문건’에도 등장하는 내용인데, 지난해 5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 이후에도 삼성이 ‘노동 3권 보장’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삼성그룹 노동조합 대표단은 22일 삼성이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근로자참여법)을 위반해 노사협의회 근로자 위원에게 금전적 지원을 해왔고, 그 결과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대표이사 등 임직원 10여명에 대한 고소·고발장을 서울경찰청에 제출했다. 앞서 이들은 삼성의 불법행위를 조사해달라는 취지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도 진정을 냈다. 삼성그룹 노동조합 대표단에는 민주노총 소속 삼성그룹 계열사 노조와 상급단체가 없는 삼성전자 1·3노조 등이 참여했다.
현행 근로자참여법 제9조는 노사협의회 근로자 위원의 신분을 “비상임·무보수”로 규정한다. 그러나 대표단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기흥·화성·평택캠퍼스(사업장) 노사협의회 상근대표단은 상근으로 하고, 상근 여부는 사업주에서 정한다”고 돼 있다. 대표단 쪽은 이런 규정이 근로자 위원을 사실상 노사협의회 전임자로 두고, 회사가 보수를 지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의 근로자참여법 위반 사실은 다른 계열사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9월 삼성화재 애니카손해사정이 이 법의 제9조 등을 어겼다며 회사 쪽에 위반사항 시정을 통보했다. 대표단 쪽은 삼성이 근로자 위원을 불법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노조의 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이 2012년 작성한 ‘에스(S)그룹 노사전략 문건’은 “평상시 노사협의회가 사원 장악력을 갖도록 전략적 육성 필요” 등 노조를 견제하기 위해 회사가 노사협의회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박다혜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근로자참여법이 근로자 위원의 신분을 ‘비상임·무보수’로 규정한 건 회사가 노사협의회를 지원할 경우 사업장 내에서 노동조합을 만들 유인이 사라진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며 “‘삼성에버랜드 노조와해 사건’ 재판에서 삼성이 노동조합을 와해할 목적으로 노사협의회를 지원했다는 의도가 확인된 바 있지만, 근로자참여법 위반에 대한 벌칙 규정이 없다 보니, 회사는 여전히 이를 활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쪽은 “삼성그룹 노사협의회는 근로자참여법에 의거해 적법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답했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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