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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쿠팡, 라이더유니온 단체교섭 요구 수용

등록 2021-02-24 17:40수정 2021-02-25 02:31

미 증시 상장에 리스크 의식한 듯
직고용 택배기사와 직무 성격 달라
교섭창구 단일화 뒤 별도협상 유력
이륜차 배달 기사 등으로 구성된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유니온)이 2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쿠팡에 단체교섭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헬멧을 쓴 한 참가자가 피켓을 들고 서 있다. 유니온은 안전배달료 도입, 합리적인 배달구역 배정, 평점제도 개선 및 사유 없는 해고 금지, 시간제 보험 도입 등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이륜차 배달 기사 등으로 구성된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유니온)이 2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쿠팡에 단체교섭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헬멧을 쓴 한 참가자가 피켓을 들고 서 있다. 유니온은 안전배달료 도입, 합리적인 배달구역 배정, 평점제도 개선 및 사유 없는 해고 금지, 시간제 보험 도입 등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미국 증시 상장을 앞둔 쿠팡이 음식 배달기사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기로 했다. 앞서 씨제이(CJ)대한통운과 카카오모빌리티 등은 노동조합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은 택배기사와 대리운전기사 노조의 교섭 요구를 회피한 바 있다.

24일 라이더유니온과 쿠팡의 설명을 종합하면, 쿠팡은 라이더유니온의 단체교섭 요구를 받아들여 지난 22일 ‘교섭 요구 사실 공고문’을 서울 송파구 본사에 부착했다. 앞서 라이더유니온은 △기본배달료 삭감 철회 △사유 없는 해고(계약해지) 금지 △과도한 장거리 배달 문제 개선 등을 교섭 요구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라이더유니온이 쿠팡과 직접 교섭에 나서려면 기존 노조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밟아야 한다. 현재 쿠팡에는 직고용 택배기사인 ‘쿠팡친구’(쿠팡맨)가 가입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쿠팡지부가 있다. 쿠팡지부는 최근까지 회사 쪽과 휴게시간 보장과 물량 조정 등을 주제로 단체협상 교섭을 진행해왔는데, 라이더유니온의 교섭 요구로 교섭대표노조를 다시 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에 쿠팡은 지난 23일 쿠팡지부에 ‘교섭 중단’을 통보했다. 두 노조는 회사의 교섭 요구 사실 공고일로부터 일주일이 되는 다음달 1일까지 각각 교섭 요구를 신청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 노조에 소속된 조합원의 직무와 업종이 완전히 다르다 보니 결과적으론 창구 단일화 이후 교섭단위 분리 신청을 통해 별도의 교섭을 진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 노조법은 사업장 내 복수노조가 설립됐을 경우 교섭창구 단일화를 원칙으로 하되,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나 고용형태 등을 고려해 교섭단위의 분리를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교섭단위 분리 결정은 노동위원회에 신청한 날로부터 30일 내에 나온다.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는 “택배기사나 대리운전기사 등 노조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은 노조들의 교섭 요구를 거부하고 있는 기존 사용자들의 행태와 비교해 쿠팡의 단체교섭 요구 수용은 상당히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며 “미 증시 상장을 앞둔 쿠팡 입장에선 법내 노조의 교섭 요구를 회피할 경우 노동위원회의 시정 판정 등 법률적인 리스크가 드러나는 것을 부담스러워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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