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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UPH’로 노동자 옥죄는 쿠팡…“적정기준 노사합의 있어야”

등록 2021-02-25 17:57수정 2021-02-26 02:33

‘쿠팡 노동자 죽음’ 토론회
“노동자 간 상대평가 폐지하고
재계약 기준 투명하게 공개를”
지난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열린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의 쿠팡 규탄 기자회견에서 고 장덕준씨의 어머니 박미숙씨와 아버지 장광씨가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열린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의 쿠팡 규탄 기자회견에서 고 장덕준씨의 어머니 박미숙씨와 아버지 장광씨가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단 1분이라도 쉬면 피시에서 작업 속도를 보고 관리자가 뛰어와요. ‘여기 놀러 왔냐, 지금 뭐 하는 거냐’고 (사람들 앞에서) 창피를 줘요.”

“(관리자가 망신 주는 걸) ‘공개처형’이라고 해요. 50대 아주머니가 손이 느려서 몇번을 불려갔는데, 세번째 불려갈 땐 (두려움에) 오줌을 지리는 걸 내가 실제로 봤어요.”

지난해 5월부터 모두 다섯명의 노동자가 잇따라 숨진 쿠팡 물류센터의 과로 노동 문제를 해소하려면 ‘시간당 생산량’(UPH·Unit Per Hour) 시스템의 적정기준을 노동자와 함께 협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장귀연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부설 노동권연구소 소장은 25일 강은미 정의당 의원과 공공운수노조 주최로 열린 ‘쿠팡 물류센터 노동실태와 노동자의 죽음’ 토론회에서 “(쿠팡 물류센터는) 한순간도 노동자가 쉴 수 없게 해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만큼 적정한 작업속도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며 “지속적으로 노동자가 느끼는 노동강도를 (회사에) 전달하고 협의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쿠팡이 고용이 불안정한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작업 속도를 개별 피디에이(PDA) 등으로 측정해 관리자가 모욕을 주는 방식으로 노동자가 스스로 쉬지 않고 일하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쿠팡풀필먼트서비스가 고용노동부에 낸 고용형태 공시를 보면, 전체 노동자(1만2578명) 가운데 정규직 및 무기계약직은 15.5%(1948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일용직 또는 3·9·12개월 단위로 계약을 맺는 기간제 노동자다. 다만, 이 수치는 쿠팡의 주장일 뿐 실제 검증된 것은 아니다. 노동계는 일용직을 포함한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규모를 약 4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장 소장은 쿠팡의 노동통제 특성을 ‘전자감시와 인격적 감시의 결합’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고용이 불안한 90%가량의 노동자는 실시간으로 기록되는 시간당 생산량이 낮으면 재계약에서 탈락할까봐 자발적으로 노동강도를 높여왔다”며 “속도가 안 나오는 노동자는 관리자가 따로 불러서 인격모독을 하기 때문에 물동량이 늘어도 고용을 늘리지 않고 노동자를 ‘쥐어짜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노동부는 쿠팡의 시간당 생산량 활용 방식을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결론적으로 장 소장은 노동자 간 상대평가를 폐지하고, 재계약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고용이 안정된) 무기계약직 비중을 높이고, 재계약에 탈락했을 때 3개월간 물류센터 근무를 못 하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재계약에 불안한 노동자가 부당한 처우를 감수하지 않도록 그 기준을 명확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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