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약품 서울 서초동 본사 모습. 네이버 로드맵 갈무리
올초 ‘직장 내 괴롭힘·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제일약품에서 일하는 직원 절반 이상이 최근 6개월 안에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제일약품 등 2곳에 대한 특별감독에 나서 20건의 노동관계법 위반을 적발했다.
고용노동부는 11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제일약품, (전북) 진안군 장애인복지관에 대해 특별감독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감독 대상이 된 제일약품은 지난 1월 직장 내 괴롭힘과 성폭력 논란이 제기됐고, 가해 간부가 해고됐다.
노동부는 조사에서 제일약품이 15건의 노동관계법을 위반한 사실을 적발했다. 제일약품 직원 945명을 상대로 이뤄진 특별감독 실태조사에서, 응답한 직원 825명 가운데 53.9%는 “최근 6개월 동안 한차례 이상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다. 또 ‘본인 또는 동료가 직장 내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거나 본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886명 가운데 11.6%가 ‘그렇다’고 답했다.
또한 제일약품은 지난 3년 동안 전·현직 직원 341명에게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연차수당, 퇴직금 등 금품 15억여원을 체불한 것으로 조사됐다. 회사는 임신 중인 직원의 시간 외 근로 금지 규정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노동부는 최근 직장 내 괴롭힘 논란이 제기된 진안군 장애인복지관에 대해서도 특별감독에 나서 임금체불, 근로조건 서면 명시 위반, 성희롱 예방교육 미실시 등 5건의 노동관계법 위반을 적발했다. 노동부 조사에서 이곳 직원 17명 가운데 65%가 최근 6개월 동안 한차례 이상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복지관은 다수 직원에게 시말서 작성을 강요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부는 복지관이 최근 3년 동안 전·현직 직원 27명에게 연차수당, 주휴수당 등 금품 1600여만원을 체불한 사실도 적발했다.
노동부는 제일약품·진안군 장애인복지관의 노동관계법 위반 혐의에 대해 보강수사를 거쳐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이다. 노동부의 이번 조처는 올해 ‘근로감독종합계획’에 따라 폭행, 직장 내 괴롭힘, 성희롱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업장에 대해 특별감독을 하면서 이뤄졌다. 앞서 노동자 폭행 사망사건이 발생한 사설 응급구조업체 ‘신세계911’에 대해서도 특별감독을 한 바 있다.
권기섭 노동부 노동정책실장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취약계층 노동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 속에서 직장 내에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노동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와 같은 사례에 대해서는 더욱 엄정하게 대응해 노동자 보호가 소홀해지지 않도록 현장을 지속해서 확인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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