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중구 씨제이(CJ)대한통운 본사 앞에 전국택배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설치한 천막농성장의 모습. 택배노조는 지상 차량 출입을 통제하는 서울 강동구 고덕동 아파트 단지와 관련해 CJ대한통운이 저상차량 도입을 사실상 강요하고 있다며 대표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고 무기한 천막농성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택배사들이 한달째 이어지고 있는 ‘고덕동 아파트 택배 논란’에 대해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이 6일 파업 돌입을 위한 조합원 총투표에 나서기로 했다.
2일 택배노조의 설명을 종합하면, 노조는 전날 전체 대의원 투표를 통해 ‘아파트 갑질 문제 택배사 해결 촉구를 위한 조합원 총파업 찬반투표’ 안건을 가결했다고 밝혔다. 투표에 참여한 대의원 371명 가운데 76%(282명)가 찬성했고, 투표율은 92%였다. 택배노조는 “대의원 투표가 가결됨에 따라 오는 6일 전 조합원 총투표를 진행한다”며 “총투표가 가결된다면 오는 11일부터 총파업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택배노조가 밝힌 조합원은 6500여명 수준이다. 강민욱 택배노조 교육선전국장은 파업 총투표 안전이 가결된 이유에 대해 “택배사들이 지상출입금지 아파트 문제에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1일부터 5천세대 가까이가 살고 있는 서울 강동구 고덕동 ㄱ아파트 단지가 택배차량의 단지 내 지상 도로 이용을 막으면서 시작한
갈등은 한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당시 택배 기사들이 단지 앞부터 손수레를 끌거나 기존 택배차량보다 짐칸 높이가 낮은 저상탑차를 이용해 지하 주차장으로 출입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반면 택배노조는 손수레나 저상탑자를 이용할 경우 장시간 노동 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하루 할당 물량도 처리하기 어렵다고 맞섰다. 특히 저상탑차는 택배 상·하차 때 허리를 숙이거나 무릎으로 기어 다닐 수밖에 없어 근골격계 질환도 유발된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13일에는 택배 노동자 상생 관련 호소문을 배포하던 택배기사 두명에 대해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주거침입 혐의로 경찰에 신고한 것이 뒤늦게 알려졌고, 노조는 “너무한 처사”라며 반발했다. 택배노조는 지난달 3일 동안 ‘집 앞 배송’을 중단하고 ‘단지 앞 배송’에 나서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택배사는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택배노조의 설명을 보면, ㄱ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택배차 지상출입 금지 결정에 대해 “택배사 씨제이(CJ)대한통운과 저상차량 도입을 위해 일정 기간 유예 후 실시하기로 이미 합의했다”는 공문을 노조에 보냈다.
이에 노조는 지난달 29일 씨제이대한통운 대표이사 및 해당 대리점장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고발하기도 했다. 입주자대표회의와 저상탑차 사용에 대해 합의한 것이 노동자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해야 할 사업주 의무를 지키지 않은 조처라는 취지다. 같은 날부터 이날까지 택배노조는 씨제이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무기한 천막 농성에도 나선 상태다.
이에 대해 씨제이대한통운 쪽은 <한겨레>에 “일련의 상황은 해당구역 집배점과 아파트 사이에 협의를 진행하던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합의는 없었다”고 주장하며 “갈등과 대립을 피하면서도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10월 과로사로 숨진 씨제이대한통운 택배노동자 고 김원종(당시 48살)씨의 죽음이 지난 30일 산업재해로 인정됐다. 근로복지공단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김씨의 사망과 업무상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이런 결정을 내렸다. 유가족들은 “김씨가 택배 업무를 하며 새벽 6시30분에 출근해서 보통 밤 9~10시에나 집으로 퇴근하는 등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고 증언한 바 있다. 또 당시 김씨가 제출한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가 대필로 작성된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이후 정부는 산재보험 적용 제외를 엄격하게 제한하기로 했고, 관련법도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오는 7월부터 질병·부상 또는 임신·출산·육아, 또는 사업주의 귀책사유나 천재지변·전쟁·감염병 확산 등으로 1개월 이상 휴업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산재보험 적용 제외를 신청할 수 없게 된다.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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