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이던 지난 8일 오전 장아무개씨가 추락 사고를 당해 숨진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의 작업 현장에 장씨의 신발 등이 놓여 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제공
어버이날과 어린이날 전후로 40대 노동자 세 명이 일터에서 잇따라 사고를 당해 숨졌다. 안전 장비가 없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등 안전 관리가 부실했던 결과다. 이들은 모두 초등생 등 어린 자녀가 있거나 고령의 부모를 두고 있어, 주변의 안타까움이 컸다.
9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와 현대중공업 회사 쪽의 설명을 종합하면, 어버이날이었던 지난 8일 오전 8시40분께 현대중공업 ㄱ하청업체 직원 장아무개(40)씨가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9도크에 있던 원유운반선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을 다른 노동자가 발견해 신고했다. 장씨는 부인과 사이에 일곱살 아들을 두고 있다. 25살이던 2006년부터 현대중공업 사내 하청업체를 옮겨 다니며 일했고, ㄱ사에는 올해 2월 입사했다. 그는 원유운반선의 원유저장고 상층부에서 작업하다가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장씨는 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오전 9시30분께 사망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추락 위치와 목격자 설명 등을 종합해 봤을 때 김씨가 용접을 하던 중 새 용접봉을 가지러 가다가 추락한 것으로 추정했다. 장씨가 애초 작업을 하던 원유저장고 탱크의 높이는 13m이며 용접봉이 있는 배 갑판은 이보다 높은 위치에 있다. 장씨가 용접봉을 가지러 가려면 원유저장고 저장고 상층부에서 내려와 계단을 오르내리고 수직 사다리를 올라가야 한다. 수직 사다리에 오를 때 지탱할 수 있는 안전 설비는 따로 없다.
노조는 장씨의 사망이 복잡한 원·하청 구조과도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하청업체인 ㄱ사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31일까지 한 달간 선박 건조 ‘용접·취부’ 작업을 하기로 현대중공업과 하도급 계약을 맺었다고 설명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김형균 정책기획실장은 “일감 중심으로 단기 계약을 하는 탓에 형식적으론 원청이 제공하는 안전교육 등을 받는다고 하지만 실제론 원청이 정한 기간 내 일을 마치려다 보니 수시 출근을 해야 하고 안전도 뒷전이 되기 쉽다”며 “중대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복잡한 하청 고용구조를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씨는 현대중공업의 공정계획에 따라 그때그때 지시를 받으며 일했으며, 어버이날인 토요일에 출근을 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현대중공업 쪽은 “안전 관리 강화에 최선을 다했으나 불의의 사고가 발생해 매우 안타깝다.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관계 기관의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재발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같은날 밤 현대제철 충남 당진제철소에선 15년차 정규직 직원 김아무개(44)씨가 가열로 설비기계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숨졌다. 그는 9살과 11살로 초등학생인 두 자녀를 두고 있으며 부모님도 생존해 있다. 회사와 금속노조 쪽 설명을 종합하면 현대제철에서 관리자 업무를 맡은 김씨는 ‘기계에서 틱틱거리는 소음이 난다’는 오전반 근무조의 말을 전달받고 밤 9시30분께 안전보호구를 착용한 채 홀로 현장에 나갔다가 되돌아오지 않았다. 김씨의 동료가 그를 찾으러 현장에 갔을 때야 이미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김씨를 발견했다. 위아래로 움직이는 기계의 고정된 빔과 움직이는 빔 사이에 김씨 머리가 끼여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세민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2인1조로 했어야 하는 일인데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혼자 나갔고 기계를 끄지 않은 채 점검하다가 사고가 났다”며 “안전 확보용 철조망(방호울)을 설치하기 어려운 장소가 아닌데도 설치가 안 돼 있었고 사고 현장과 마찬가지로 다른 공장의 유사 설비도 관행적으로 기계를 끄지 않은 채 점검하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행 규정을 보면 건설 기계 등을 정비하거나 청소·검사할 때는 노동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으면 기계 운전을 정지해야 한다. 금속노조는 작업지시서와 달리 점검 때 문제 발생 지점을 확인하려면 작동 중인 기계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제철 쪽은 “사고가 발생한 일상 점검은 설비에 이상이 있는지를 육안과 청력으로 확인하므로 위험도가 낮다고 판단해 단독으로 점검을 하도록 했다”며 “사고 재발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6일엔 경기도 시흥의 한 자동문 부품 공장에선 자동문을 수리하려던 40대 노동자 ㄱ씨가 부품 제작 기계에 끼여 숨졌다. 당초 사람이 들어가면 자동으로 멈추도록 설계된 기계였지만 ㄱ씨가 기계에 들어갔을 땐 이런 기능이 ‘수동’으로 바뀌어 있어 기계가 멈추지 않았다. 그도 부인과 사이에 아들 셋과 딸 하나 4남매를 둔 아버지였으나, 일터에서 가족의 품으로 끝내 돌아가지 못했다.
신다은 오윤주 김광수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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