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일본 도쿄의 올림픽조직위원회 본부 인근에 오륜 조형물이 불을 밝힌 모습.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쿠팡과 지상파 3사가 진행하던 도쿄올림픽 온라인 단독 중계권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겨레>가 25일 관련 업계 관계자들을 취재한 결과, 쿠팡과 지상파 3사 가운데 협상 주무를 맡은 <한국방송>(KBS)은 도쿄올림픽 온라인 단독 중계권 협상의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단독 중계권 입찰에서 사실상 발을 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한 언론 보도를 통해, 쿠팡이 도쿄올림픽 온라인 단독 중계권을 거의 확보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전에 지상파 3사는 온라인 올림픽 중계권을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포털 및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들에 비독점 형태로 재판매해왔는데, 쿠팡이 최초로 온라인 올림픽 독점 중계권을 확보하고자 한 것이다. 쿠팡이 지상파 3사에 제시한 금액은 400억원대로 알려졌다. 이는 기존에 지상파 3사가 비독점 온라인 재판매로 벌어들인 수익의 4배에 해당하는 액수다.
하지만 이런 협상 내용이 알려진 뒤, ‘보편적 시청권’을 둘러싼 논란이 일었다. 쿠팡이 월 2900원을 내는 로켓배송 와우서비스 회원에 한해 무료 제공하는 오티티 ‘쿠팡플레이’를 통해서만 온라인 올림픽 중계를 내보낼 거라는 예측 때문이다. 올림픽은 방송법 등에서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하도록 규정한, 국민적 관심사가 큰 스포츠 경기에 해당한다. 다만 현행 제도상 오티티는 이런 보편적 시청권의 적용을 받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지상파 3사가 논란을 감수하고 계약을 강행할 가능성도 있었다. 지상파 3사의 웹·모바일 플랫폼에서도 온라인 올림픽 중계를 볼 수 없도록 막을 경우, 지상파 중계가 아닌 온라인 중계는 모두 ‘유료’ 콘텐츠가 되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쿠팡이 최근 경기도 이천 덕평물류센터 화재 등으로 여론이 악화하자 도쿄올림픽 중계권 협상에서도 부담을 느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상파 3사는 쿠팡과의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네이버, 카카오 등 다른 플랫폼과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류현진, 손흥민 선수의 프로 경기 같은 건 유료화를 고려해볼 수 있지만, 월드컵·올림픽은 국가대항전 성격이 있어서 경기를 보는 데 있어 소외되는 국민이 생기는 건 피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용준 전북대 교수(신문방송학과)는 “현재 제도상 보편적 시청권은 올드미디어 중심으로 규정되어 있다. 올림픽이 공공영역에 해당한다는 인식을 뉴미디어에도 적용한다면 독점권은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시대에 맞춘 규정 변화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효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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