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포함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지난 7~9월 석달간 정치권과 언론계에서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국민들은 어떻게 봤을까. 한국언론진흥재단이 10월15~19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실시한 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0%포인트)에선, 언론중재법 개정 찬성 여론과 언론신뢰도 향상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응답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계를 중심으로 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위축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지만, 국민의 눈높이와는 거리가 있음을 또 한번 드러냈다.
언론재단은
‘2021년 미디어 및 언론 관련 논란 이슈들에 대한 국민 인식’을 27일 발표했다. 올해의 논쟁적 이슈들을 크게 법·제도 부문과 사건·사고 부문으로 구분하고, 각 영역별로 주요 현안을 선정해 이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물었다.
올해의 법·제도 이슈로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한국방송(KBS) 수신료 인상안 △인앱결제 방지법 △지상파방송 중간광고 도입 △게임 셧다운제 폐지 등 5가지가 조사 대상이 됐다. 이중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매우 찬성’과 ‘약간 찬성’을 합해 찬성 비율이 76.4%로 가장 높았다. 법·제도 현안 각각이 관련 분야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문항에서도, 조사 대상자 중 81.9%가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제도화되면 언론신뢰도 향상 등을 포함한 우리나라 언론발전에 미칠 영향이 ‘매우 클 것’ 또는 ‘약간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한국방송 수신료 인상안은 반대 의견이 84.1%로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했다. 이밖에 인앱결제 방지법은 언론중재법 개정안과 비슷하게 찬성 의견이 72.5%로 다수였고, 지상파방송 중간광고 도입은 반대 의견(69.3%)이 더 많았으며, 게임 셧다운제 폐지는 찬성과 반대 입장이 엇비슷하게 나타났다.
언론과 미디어 관련 사건·사고 7가지 이슈 가운데는 심각성 인식과 관련해 ‘매우 심각하다’는 답을 기준으로 할 때, △에스비에스(SBS) <조선구마사> 논란(53.2%) △문화방송(MBC) 올림픽 중계 실언(48.1%) △안산에 대한 페미니스트 논란(40.9%) △조선일보 일러스트 부적절 사용(39.2%) △ABC협회 신문 발행부수 조작(30.9%) △‘기레기’ 아카이빙 사이트 기자 개인정보 무단공개(27.0%) △연합뉴스 기사형광고 포털 전송(25.2%) 등 순서로 나타났다. ‘매우 심각’과 ‘약간 심각’을 합치면 문화방송 올림픽 중계 실언이 88.8%로 1순위로 꼽혔다.
7가지 중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이 가장 크다고 생각하는 것 하나를 물은 문항에선 <조선구마사> 논란, 올림픽 중계 실언, 안산에 대한 페미니스트 논란이 상대적으로 많이 꼽혔다. 연구진 쪽은 이런 결과에 대해 “역사왜곡 문제, 국가 간 스포츠 교류에서의 상호존중 문제, 양성평등 문제 등 생활밀착형 이슈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비교적 많은 관심을 가지는 반면, 언론 분야 이슈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 수준이 낮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김영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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