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신문·잡지 이용률 조사 보고서 가운데.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작이 드러났던 한국에이비시(ABC)협회의 인증부수 대신 정부 광고 기준의 새 핵심 지표 가운데 하나로 쓰일 열독률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체 5개 구간 가운데 가장 열독률이 높은 1구간에는 <한겨레>를 비롯해 13개 매체가 들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30일 지난 10월부터 두달간 전국 19살 이상 성인 5만177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1 신문잡지 이용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장소와 관계없이 지난 1주일간 한번이라도 종이신문을 봤다는 개인(개인 열독률)은 13.2%이고, 신문 독자들은 1주일 평균 4.0일, 하루 평균 13.9분 열독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신문 독자 3명 중 2명 꼴(69.9%)로 가구에서 정기 구독하는 신문을 읽고 있다고 답했다. 역대 가장 큰 규모의 인쇄매체 수용자 조사인 이번 조사의 표준편차는 ±0.43%p(95% 신뢰수준)이고, 신문 구독의 경우는 2만5279가구 기준 ±0.62%p(95% 신뢰수준)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된 3560개 신문 매체 전체가 설문 대상에 들어갔는데, 언론재단은 이중 열독률이 평균보다 3.0표준편차를 넘는 매체 13곳을 1구간으로 분류했다. 강원도민일보, 강원일보, 광주일보, 국제신문, 농민신문, 동아일보, 매일경제, 매일신문, 부산일보, 영남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가나다순)가 1구간으로, 열독률은 조선일보(3.7355%)-중앙일보(2.4519%)-동아일보(1.9510%)-매일경제(0.9760%)-농민신문(0.7248%)-한겨레(0.6262%) 순이었다. 1구간 중 지역매체 7곳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우선지원 대상 매체라 한 구간씩 상향 조정됐다. 1.5표준편차를 넘는 매체와 지발기금 우선지원 대상 매체 등 27곳은 2구간에 들어갔다. 잡지는 평균보다 2.0표준편차를 넘는 보그, 엘르, 여성동아, 우먼센스 4곳이 1구간에 포함됐다.
인쇄매체의 이용률 지표인 열독률은 편집위원회·독자위원회 설치 여부, 언론중재위 중재 결과와 자율심의위 참여 및 건수 등을 반영한 ‘사회적 지표’와 함께 새 정부 광고 기준의 핵심 지표로 내년 1월부터 활용(방송·인터넷언론은 2023년부터)된다. 문체부는 열독률 조사 결과에 따라 5개 구간으로 나눈 뒤 구간당 5점씩 차등을 두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열독률 조사가 언론사의 ‘순위’를 매기는 것도 아니고 대체지표 또한 정부기관 등 광고주에 제시되는 ‘참고사항’일 뿐이지만, 한해 1조1천여억원(2020년 기준)에 달하는 정부 광고의 새 기준이라는 점에서 언론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조사를 앞두고는 몇몇 일간지가 열독률을 높이기 위해 무가지를 대거 뿌린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번 조사에서 신문 매체 3560곳 중 한번이라도 대답이 나온 매체는 302곳에 불과했다. 그만큼 소수 매체에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열독률이 1%를 넘는 곳은 4개 매체에 불과했다. 언론재단이 매해 벌이는 언론수용자 조사에 비해 조사 대상을 10배 넘게 늘리긴 했지만, 지역매체가 절대적으로 불리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문체부 관계자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우선 지원 대상의 경우 한 구간씩 상향조정한데다, 실제 열독률에서도 전국지보다 응답자가 많은 지역지가 나타나기도 했다”며 “지자체에서 광고 집행을 위해 추가 조사를 의뢰할 경우 실시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또 기존 언론수용자 조사가 있는데 별도 조사를 실시하는 게 예산 낭비라는 지적에 대해선 “내년부터 두 조사를 통합해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새로 마련한 대체 지표의 특징은 열독률 등 광고의 효과성과 함께 언론의 신뢰성 또한 핵심지표로 제시했다는 데 있다. 정부의 광고는 민간 광고와 달리 매체의 공익성·공공성 또한 고려되어야 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그동안 부분적으로만 공개했던 정부 광고 집행 내역도 전면 공개하기로 한 상태인데, 이런 변화가 ‘신뢰’와 ‘사회적 책임’을 높이기 위한 언론계 노력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자세한 조사 결과는 언론재단 누리집에 공개됐다.
김영희 선임기자
do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