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3월29일 방송 중단을 하루 앞두고 비어있는 경기방송 스튜디오. 연합뉴스
경기방송 라디오의 자진 폐쇄로 2년 가까이 ‘정파’ 상태인 99.9㎒의 새 사업자 선정이 막판에 보류됐다. 최고점수를 받은 사업자가 종합편성방송을 할 자격이 있는지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1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경기지역 라디오방송사업 허가 대상 사업자 선정을 논의한 끝에 의결을 보류했다고 밝혔다. 지난주 열렸던 전문가 11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의 합숙평가와 청취평가에선 7개 신청 사업자 중 도로교통공단이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 2위는 오비에스(OBS), 3위는 경기도가 차지했다. 하지만 심사위원 일부로부터 도로교통공단이 도로교통법 제123조(사업)상 사업목적인 ‘도로교통안전에 관한 홍보 및 방송’ 및 도로교통공단 정관 제5조(사업)상 사업범위인 ‘교통방송과 교통정보의 수집 및 제공’을 벗어나 보도를 포함한 종합편성방송을 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문제 제기가 있었고 심사위 의견서에도 이 내용이 포함됐다. 방통위는 최종 결정에 앞서 법률적 요건 등을 검토·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전부터 도로교통공단의 사업자 지위에 대한 문제 제기는 있었다. 경인방송, 오비에스, 경인티브이, 케이방송, 뉴경기방송 등 이번에 사업 신청을 했던 5개 민간업자들은 공동건의문을 통해 “사업자 선정의 공정성 확보와 도민의 실질적 전파 향유권 보장을 위해 경기도와 도로교통공단을 사업자 선정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했지만, 방통위는 이달 초 “이미 공표한 심사기준에 의거, 엄정한 심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보류로 사업자 선정은 3월 대선 이후에나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만일 도로교통공단이 자격이 없는 것으로 결론날 경우, 2위 사업자에게 사업이 돌아갈지 여부도 아직 불확실하다.
1997년 개국한 경기방송은 지역라디오로서 탄탄하게 자리 잡아왔지만, 2020년 갑자기 사업자가 ‘방통위와 경기도, 노조의 개입’을 이유로 들며 방송국을 자진 폐쇄해 지상파를 최초로 자진 반납한 사례가 됐다. 경기방송 구성원들은 유튜브에서 ‘새로운 999채널’을 운영해오며 조속한 새 사업자 선정과 고용승계 등을 요구해왔다.
김영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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