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정치경제학이라는 비판적 커뮤니케이션 연구를 한국에 본격 도입했고, 미디어공공성포럼 공동대표를 맡는 등 언론개혁 운동에도 적극 참여했던 실천적 학자 김승수(1959~2018) 전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의 유고집과 논문이 최근 나란히 나왔다. 아내인 심미선 순천향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와 동료 학자들이 미완의 원고를 마무리해 책으로 펴낸 <포스트커뮤니케이션을 말하다>(나남)와 <한국언론정보학보> 최신호에 실린 논문 ‘포스트커뮤니케이션의 정치경제학’이 그것이다.
누구나 정보를 접할 수 있는 디지털기술 혁명에도 불구하고 커뮤니케이션에서 공공성과 민주주의라는 기능은 왜 후퇴하고 소외와 불평등은 왜 발생하는가. 이런 질문에서 출발한 김 교수는 그 원인을 ‘미디어-자본-권력 복합체’가 주도하는 ‘미디어 자본주의’ 사회에서 찾는다. 과거엔 미디어가 ‘공동체 유지’에 역점을 뒀기 때문에 외형상이나마 공공성·공익성을 띠었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속에 고전적 커뮤니케이션의 제도와 가치가 뿌리내리지 못한 채 기득권층의 커뮤니케이션 장악, 공공성 파탄, 성장·이윤·독점이 결정적인 논리로 작용하는 포스트커뮤니케이션으로 이행됐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권력저널리즘에 복무하는 ‘미디어 엘리트’가 되어버린 언론인들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공공성·공익성이라는 커뮤니케이션 본연의 가치를 구현하려는 ‘미디어 공공지식인’ 존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선시대 ‘조보’를 포함해 자본주의 이전 커뮤니케이션 구조를 검토하거나 리카도의 ‘기계 문제’ 개념을 가져와 4차 산업혁명 속 미디어 문제를 이야기하는 데서 보듯 그의 유고집은 역사와 철학, 인문학을 넘나들며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을 총체적으로 아우른다.
2017년 12월 림프종 진단을 받고 병원에 머물렀던 김 교수는 몸 상태가 조금만 괜찮아진 듯하면 두꺼운 스프링노트에 철한 원고를 펴고 교정작업을 했다고 한다. “70% 정도 했다”던 작업은 미완으로 남았다. 그가 병원에서 쓴 메모는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대신 그의 학문에 대한 열정을 봤다”고 아내 심 교수는 말한다.
같은 언론학자라 해도 전공 분야가 완전히 달랐던 심 교수는 지난 2년간 남편의 동료와 제자였던 정연우 세명대 교수, 김수정 중앙대 강사, 최은경 한신대 부교수와 함께 스터디를 해가며 원고에 빠진 참고문헌을 찾고, 챕터를 완성하고, 문장을 다듬었다. 그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요즘 미디어에 대해 너무 산업적 측면만 강조되다 보니 미디어지식인 같은 논의는 언론계나 언론학계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패널로 변호사나 언론학자를 불러 그들 전공이 아니라 코로나 방역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송이 부지기수인데, 문제 제기도 적다. 이 책이 돈 버는 게 목적이 아니라 공공을 위해 지탱해줘야 하는 시스템으로서의 미디어, 언론인의 역할, 그리고 이를 보장할 제도의 필요성을 사람들에게 환기시켰으면 한다”고 바랐다. 책의 부제는 ‘미디어지식인의 기록 2017’이다.
김영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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