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1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교통방송>(TBS) 기자협회와 피디협회 등 직능단체가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를 향해 언론탄압 중단을 요구했다. 교통방송을 교육방송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오 후보의 발언은 권력이 언론을 마음대로 좌우할 수 있다고 믿는 잘못된 편견에서 비롯한 발언이라는 것이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17일 교통방송 기자협회·피디협회·아나운서협회·기술인협회, 한국방송촬영인협회 교통방송지부 등 5개 단체는 공동 성명을 통해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교통방송을 교육방송으로 바꾸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취임 후 교통방송의 예산을 삭감하고 구조조정까지 거론하며 구성원을 겁박하더니, 이제는 권력으로 언론사의 기능을 좌우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오 후보는 지난 13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등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교통방송이 제공하는 교통정보를 들으면서 운전하는 경우는 거의 사라졌다”며 오는 6월 지방선거를 통해 서울시의회에서 다수 의석을 확보하게 되면 교통방송을 교육방송 형태로 개편하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나타냈다. 방송인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뉴스공장> 등 특정 프로그램을 탄압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16일 <시비에스>(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오 후보는 “차라리 그런 의도라면 저하고 뜻을 같이하는 분을 사장님으로 선임될 수 있도록 해서 서울시의 홍보 수단으로 쓰는 게 가능하다”며 반박했다. 오 후보의 ‘교통방송 교육방송 전환’ 발언은 이후 서울시장 선거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교통방송> 사옥. 교통방송 제공
오 후보의 발언과 관련해 교통방송 기자협회 등은 “(오 후보가) 갖은 이유를 붙이고 있지만 속내는 교통방송의 시사·보도가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아서임을 누구나 알고 있다”며 “듣기 싫은 언론에는 재갈을 물리고, 관제방송으로 만들려는 퇴행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또 “나아가 ‘교통방송을 홍보 수단으로 쓸 수도 있지만 그것을 포기하고 방송 기능을 전환한다’는 오 후보의 발언에도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교통방송이 재단으로 전환하는 것은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함”이라고 지적했다. 1990년 개국 이후 서울시 산하 사업소 형태로 운영되던 교통방송은 2020년 2월 ‘미디어재단TBS’로 전환하며 서울시 출연기관으로 운영 형태를 바꾸었다.
끝으로 이들은 “오세훈 후보의 행보에 우리는 전면적인 저항을 천명한다. 언론의 자유를 억압할수록, 우리는 더욱 치열하게 대항할 것”이라며 “오세훈 후보는 군사독재 정권을 방불케 하는 공영방송 장악과 언론탄압 행태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