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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지금이라도 머리 맞댈 때다

등록 2022-05-18 04:59수정 2022-05-18 08:33

‘공영방송, 국민 품으로’ 약속
문 정부 결국 못지키고 퇴장
국민의힘 “개선 시급” 외치다가
새 정부 출범뒤 적극성 안보여
여야 접점 토대로 해법 찾을 때
한겨레 자료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문재인 정부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과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임기 5년을 마쳤다. 정권을 넘겨받은 윤석열 정부와 여당 국민의힘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때부터 ‘공영방송 거버넌스 구조 개선’을 약속했으나, 아직 구체적인 해법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언론 분야 전문가들은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이라는 가치에 여야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새 정부 출범 초, 정치권이 타협 가능한 대안을 바탕으로 머리를 맞대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여야는 지난 16일 국회에서 언론·미디어 제도개선 특별위원회(미디어특위) 전체회의를 열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에 관한 미디어 거버넌스 개선 분과의 중간보고를 받았다. 대선 이후 미디어특위가 국민의힘 소속 위원이 참석한 전체회의를 연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미디어특위 위원장은 이날 <한겨레>와 한 전화 통화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선) 두 정당의 입장이 다를 수 있어 최소한의 합의안을 만들어보는 것까지가 우리의 역할인데, 쉽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지난달 27일 관련 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기존 이사회 대신 ‘공영방송 운영위원회’를 설치해 정치적 독립을 보장하겠다는 내용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운영위원회 설치 안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인데,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는 않고 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 언론·미디어 분야의 주요 현안이 된 이유는 문재인 정부가 이 문제를 매듭짓지 못한 채 퇴장한 것이 한몫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 <문화방송>(MBC), <한국방송>(KBS)을 둘러싼 ‘낙하산 사장’ 논란과 언론 탄압의 폐해를 목격한 문재인 정부는 출범과 함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수차례 약속한 바 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은 방송법과 방송문화진흥회법 등의 개정을 필요로 한다. 이에 따라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소속 정필모 의원과 전혜숙 의원이 각각 2020년 11월과 2021년 3월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정필모 의원 법안은 시민 100명이 참여하는 ‘이사 후보 추천 국민위원회’를 꾸려 독립적이고도 공정하게 공영방송 이사(13명)를 추천하자는 내용이다. 사장 후보자를 임명 제청할 때에도 국민위원회 추천과 이사 3분의 2 이상의 찬성 의결(특별다수제)을 거치도록 했다.

현재 공영방송 이사회는 여당과 야당이 각각 7 대 4(KBS), 6 대 3(MBC) 비율로 추천한 이사로 채워진다. 이사회 구성부터 정치적 입김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필모 의원 안은 이런 정치적 후견주의를 배제하는 취지에서 비롯했다. 전혜숙 의원 안도 이사 수를 늘리고 추천 경로를 넓혀 정치권의 영향력을 줄이자는 내용이라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한겨레 자료
한겨레 자료

법안 발의 이후 입법을 위한 구체적인 노력은 이어지지 않았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과제가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은 이유를 따질 때 언론 관련 시민사회단체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먼저 지목하는 까닭이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민주당을 향해 “말로는 공영방송을 국민의 품으로 되돌려준다고 약속해놓고, 지난 5년 내내 어떠한 입법 노력도 제대로 한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민주당 지도부와 면담해 ‘누가 다음 권력을 잡을지 불투명할 때가 공영방송 문제를 풀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라고 설득했지만, 민주당은 엉뚱하게도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꺼내 들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시기에 한국방송과 문화방송의 정치적 편향을 문제 삼으며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국민의힘의 태도 변화가 감지된다. 인수위에서 과학기술교육분과 간사를 맡은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8일 “공영방송이 정치적 중립성과 신뢰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하면서도 구체적인 실천 방안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다. 박 의원은 2년 전에도 여야가 7 대 6으로 이사를 추천하고 사장 후보자를 임명 제청할 때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을 거치도록 하는 내용(특별다수제)의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박근혜 정부 때(2016년 7월) 민주당 소속 박홍근 의원이 발의한 법안과 비교할 때 내용과 취지가 거의 같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 전후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논의에 적극성을 띠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의 시기를 놓치지 않으려면 여야가 하루빨리 개선 방향에 관한 논의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수위 전문위원을 지낸 성동규 중앙대 교수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이슈가 이미 10년도 더 됐는데, 이제는 지금까지 나온 안을 바탕으로 여야가 빨리 합의에 나서야 한다”며 “공수가 바뀌었다고 또다시 시간을 끌면 여야 모두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미디어특위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교수도 “지난달 27일 나온 민주당 법안과 별도로, 2016년 박홍근 의원과 2020년 박성중 의원이 각각 야당 시절에 냈던 안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며 “추천 이사의 전문성·대표성 확보, 늘어난 이사 수에 맞는 이사회 역할 확대 등은 좀 더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나 큰 틀에서는 그 두 법안을 바탕으로 접점을 찾아가는 것이 해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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