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뉴스에 대한 신뢰도가 46개국 중 40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보다도 두 계단 더 떨어진 결과로, 한국은 조사에 처음 참여한 2016년 이후 줄곧 세계 최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5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조사에 참여한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2>를 보면 한국의 뉴스 전반에 대한 신뢰도는 지난해보다 2%포인트 낮아진 30%로 조사됐다. 조사 대상 46개국 평균은 42%로, 한국은 전세계 평균에 크게 못 미쳤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는 뉴스 전반에 대한 신뢰를 1점 ‘전혀 동의하지 않음’부터 5점 ‘매우 동의함’까지 5점 척도로 측정하고 이 가운데 ‘동의함’과 ‘매우 동의함’으로 응답한 비율을 산출해 순위를 매긴다. 이와 달리 측정값 평균을 기준으로 하면 한국(3.01점)의 순위는 31위로 높아진다. 그래도 중하위권에 머문다.
한국 이용자의 뉴스에 대한 신뢰도가 낮게 나타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한국은 처음 조사에 참여한 2016년 26개국 중 25위를 기록했고, 그 뒤 2020년까지 4년 연속으로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나마 지난해 32%의 신뢰도로 46개국 중 38위를 기록한 것이 가장 나은 수준이었다.
또 한국 이용자 3명 가운데 2명(67%)은 뉴스를 의도적으로 회피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전세계 평균은 69%). 이는 5년 전인 2017년(52%)과 비교할 때 15%포인트 늘어난 결과다. 한국 이용자한테 뉴스를 외면한 가장 큰 이유를 묻자 ‘신뢰할 수 없거나 편향적’이라는 응답(42%)이 가장 많았고, ‘정치·코로나 바이러스 같은 주제를 너무 많이 다룬다’는 응답(39%)이 뒤를 이었다. 이에 대해 최진호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15일 발행된 <미디어이슈>에서 “한국 이용자는 기본적으로 자신이 접한 뉴스를 믿지 못하기 때문에 이를 보지 않으려 하지만, 동시에 특정 주제의 뉴스에 많이 노출되어 정보 과잉으로부터 오는 피로감 누적 때문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뉴스에 대한 관심이 전세계적으로 꾸준히 감소하는 현상도 주목할 만하다. 한국 이용자 가운데 ‘뉴스에 관심이 없다’는 응답은 13%로, 5년 전(6%)보다 두배 이상 높아졌다. 조사 대상국 평균치도 비슷한 증가율을 보였다. 또한 뉴스를 어떤 매체로 접하는지를 묻는 질문에서 ‘뉴스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이용자 비율이 한국은 6%로, 2016년(2%)보다 세배 늘었다. 뉴스 자체를 안 보는 이용자의 비율은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 다른 나라에서도 높게 나타났다. 이는 뉴스 매체의 정파적 편향에 따른 불신이나 정보의 과잉에서 비롯하는 피로감과 무력감이 뉴스에 대한 흥미를 잃게 만들고, 더 나아가 이용자가 뉴스로부터 이탈하는 과정을 단계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의 주요 뉴스 매체 15개의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와이티엔>(YTN)이 50.75%로 지난해에 이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에스비에스>(SBS)와 <한국방송>(KBS) 등이 뒤를 이었다. 신문 가운데선 <한겨레>(35.65%)가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이 <동아일보> <중앙일보> <경향신문> <조선일보> 순이었다.
온라인 뉴스를 이용하는 주된 경로는 한국과 다른 나라가 큰 차이를 보였다. 한국 이용자들은 여전히 포털이나 뉴스 링크를 종합하는 뉴스 수집 사이트를 가장 활발히 이용하고 있다고 응답(69%)한 반면, 뉴스 웹사이트나 앱을 통해 직접 이용하는 정도(5%)는 매우 낮았다. 반대로 46개국 평균을 보면 소셜미디어나 뉴스 웹사이트·앱 직접 접속을 통해 뉴스를 이용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보고서는 2012년부터 매년 발간되고 있으며, 전세계 주요 국가 뉴스 이용자의 디지털 뉴스 이용 및 인식 행태를 주로 다룬다. 올해 보고서에 소개된 설문조사는 영국의 조사업체 유고브(YouGov)가 지난 1월11일부터 2월21일까지 온라인을 통해 실시한 것으로, 전세계 9만3432명(한국은 2026명)이 참여했다.
최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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