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안물안궁’. 엠제트(MZ) 세대가 레거시 미디어(전통 매체) 뉴스를 보지 않는 이유다. ‘물어보지도 않고 궁금하지도 않은’ 내용을 짐짓 진지한 언어로 반복해서 보도하는 게 싫다는 것이다. 또 레거시 미디어는 자신들과 상관없는 뉴스를 알아듣기 어렵고 친절하지 않은 말로 설명하니 아예 뉴스를 적극적으로 회피하기까지 한다고 한다.
옥스퍼드대학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오는 10월 정식 발간을 앞두고 최근 누리집에 공개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2> 중 일부 내용이다. 올해 보고서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이른바 ‘뉴스 회피’ 현상이다. ‘뉴스를 보지 않는’ 행위보다 훨씬 적극적인 의사 표현 행동으로 간주되는 뉴스 회피는 조사 대상국 46개국 전 연령대에서 공통된 경향성으로 발견됐다. 다만, 2030 세대에서 이 현상이 다른 연령대에 견줘 높게 나타났다.
한가지 주의 깊게 살펴볼 대목은 뉴스 회피가 모든 뉴스를 대상으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뉴스 자체를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관심 없는 특정 주제의 뉴스를 거부하는 것이다. 엠제트 세대도 마찬가지였는데 선택적 회피는 정치, 코로나 관련 뉴스에서 두드러졌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주제는 그간 미디어에서 가장 주요하게 다뤄온 의제들이다. 보고서에서도 전통적으로 저널리스트가 중요한 어젠다라고 간주해온 정치적인 위기, 국제적인 갈등 사안, 팬데믹 현상, 기후재난과 같은 문제에서 뉴스 회피 현상이 일어나는 점에 주목했다. 뉴스 가치 기준에 관한 레거시 미디어 내부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유사한 맥락에서 연령대별로 관심 있는 뉴스 주제가 무엇인지 분석한 결과에서도 세대별 차이가 확인됐는데, 지역 관련 이슈가 가장 큰 폭의 차이가 났다. 그다음이 정치 관련 뉴스였다(지역 언론에 애정과 관심이 많은 나는 한번 더 좌절했다). 요약하자면 지난해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주목한 뉴스 회피 현상은 정치나 팬데믹 현상에 대한 뉴스가 반복적으로 지속되면서 새롭게 확인된 전세계적인 흐름으로, 2030 세대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엠제트 세대의 뉴스 이용과 관련해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은 틱톡이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동영상 플랫폼이 뉴스 소비 플랫폼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바야흐로 페이스북이나 유튜브는 물론 틱톡이나 인스타그램도 뉴스 생태계에서 무시할 수 없는 레거시 미디어의 경쟁 상대가 돼가는 셈이다.
젊은층 뉴스 이용자들이 레거시 미디어를 떠나 디지털 플랫폼으로 가는 이유는 다양하다. 그중 레거시 미디어의 뉴스가 너무 어려워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이라는 요인에 주목해야 한다. 반대로 소셜미디어는 뉴스를 제공하는 방식이 편안하고 부담이 없어 더 개인적인 정보로 여겨지기 때문에 이용한다는 대목도 지나쳐서는 안 된다. 소셜미디어에서 단문과 이미지 위주로 정보를 접해온 2030 세대는 긴 호흡의 글을 어려워하는데다, 정치 관련 뉴스는 오랜 시간 관련 정보를 누적적으로 확보해야 따라갈 수 있게 마련인데 관련 뉴스가 친절하지 않은 방식으로 제시되기 때문에 뉴스를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순히 뉴스 주제가 정치여서가 아니다. 관련 내용을 설명하는 방식이 고루하고 내 삶과 직접 관련 없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뉴스를 회피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디지털로 떠나는 이용자를 붙잡기 위해서는 정치 말고도 다양한 관심사로 뉴스 주제를 확장하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뉴스를 전달하는 방식, 즉 뉴스라는 장르의 경계와 형식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일이 아닐까?
한선ㅣ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