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에 정착한 문재인 전 대통령 집 근처에 한 보수단체의 방송차가 문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방송을 하고 있다. 김영동 기자
극단적 과격 집회가 무려 100여일간 이어졌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자택 인근에 경호구역이 확장되었음에도 유튜버가 또 출몰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난 22일 오전에도 경호구역 내에서 한 유튜버가 생방송을 하다 경호처 직원에게 제지당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욕설이나 위협을 가하지 않으면 경호구역 내라도 집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언론은 시위 주체를 ‘보수 유튜버’, ‘보수 시위자’로 지칭해왔다. 지난 6월 홍콩의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유튜브 생중계로 돈을 버는 일부 보수 유튜버가 더 큰 돈벌이를 위해 점점 난폭해지고 무례해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매일 똑같은 패턴의 시위를 하면 ‘지루하기 때문에’ 유튜브 조회수나 시청자가 줄어든다. 그러면 수익이 악화되고 언론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다. 그러니 고자극성 시위 방법이 동원될 수밖에. 최근 시위 현장에서 발견된 커터칼, 모의 권총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이런 유튜버들은 사고 현장에 빠르게 출동하는 견인차인 ‘레커’처럼 사건 사고를 따라다닌다고 해서, 온라인에 먹잇감을 던지는 ‘사이버 레커(렉카)’라 불린다. 시위 현장에서는 생중계로 유튜브 슈퍼챗 후원을 받고, 시위 종료 후에는 생중계 유튜브 영상을 축약한 쇼트폼 동영상으로 조회수를 올려 돈을 번다. 인기, 조회수, 돈 외에 이들은 혐오와 모욕을 활용해 콘텐츠의 재미까지 추구한다. 이들은 겉으론 정치 성향을 내걸고 있지만 불신, 재미, 혐오, 조롱, 모욕 등을 활용해 집단적 분노를 생산해내는 극단주의 기술자에 가깝다. 이들이 어떤 목적으로 이런 활동을 하는지를 아는 것에 앞서, 어떤 숙련된 기술 전략을 활용하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반극단주의 활동가이자 정치학자인 율리아 에브너의 <한낮의 어둠>은 디지털 극단주의 집단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2년간 10개의 디지털 극단주의 집단에 잠입해 직접 관찰한 결과물이다. 이 책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사람들을 사로잡고 집단적으로 주류화하는 놀라운 과정과 사례를 생생히 밝힌다.
디지털 극단주의 집단이 기성 언론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며 집단적 캠페인을 벌이는 방법, 온라인 커뮤니티의 하위문화를 활용해 혐오를 생산하고 확산하는 방식, 극단주의 온라인 커뮤니티가 집단적 스토리텔링을 생성하는 전략, 노골적인 가짜·허위 정보를 고의적으로 퍼뜨려 사회의 핵심 쟁점에서 주의를 분산시켜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는 기술 등을 상세히 소개한다. 에브너가 발견한 디지털 극단주의 집단의 공통점은 충격적이다. “모든 극단주의 집단의 리더는 안전한 사회적 보호막을 만들어 더 넓은 세계에서의 반사회적 행동을 장려한다.”
이 책에 소개된 반극단주의 전문가들은 “집단과 이념 간에 경계가 점점 해체되는 모순”의 심화를 우려하면서 국가가 주류화된 극단주의 집단을 지원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실제로 트롤링, 밈과 같은 인터넷 하위문화는 미국 대통령의 핵심 전략으로 활용된 적이 있다. 대테러 활동 명목하에 위구르인을 시설에 수용한 중국처럼, 특정 이념을 약화시키기 위해 국가 주도로 잔인한 사이버 대응을 한 사례도 있다. 국가 주도로 정체성, 성적 지향, 소속 정당을 근거로 자국민을 탄압하는 나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도 디지털 극단주의 주류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전임 대통령 자택 앞에 똬리를 튼 극단적 시위대의 안전한 보호막이 결국 디지털 극단주의의 주류화가 아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