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사람들이 아직도 공정하지 못하다, 편향적이라고 하면 저는 그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들이 더 노력해야 할 부분이 확실히 있다고 인정합니다. (중략) 저희들이 끊임없이 끈을 놓지 않고 개선하고 시정해 나가야 할 부분입니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발행한
<2020년도 상반기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 피피(PP) 재승인 백서> 574쪽에 실린 <티브이(TV)조선> 대표의 발언이다. 티브이조선 대표 스스로 공정성 미흡을 ‘확실히 인정’하고 있다. 누구나 열람 가능한 이 백서에는 보도 중립성, 공정성, 형평성 확보를 위해 특단의 노력을 천명한 티브이조선 대표의 구체적 계획도 나와 있다.
“이제까지 보도본부에서 생산되는 리포트나 뉴스의 경우 현장 기자들은 속보, 특종에 우선 가치를 두고 제작해왔습니다. 그런 방식으로는 객관성과 공정성 부분에서 지금보다 개선된 결과를 손에 들 수 없다고 저는 판단합니다. 앞으로는 인식의 대전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시간, 하루 빠른 보도보다 하루 늦고 일주일 늦더라도, 팩트가 정확하고 공정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현장 기자들을 재교육시켜야 합니다. 수석 데스크, 부장들 인식을 바꿀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를 다시 바꿔주어야 합니다. (중략) 강력하게 시행해서 그 이전과 근본적으로 달라진 티브이조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티브이조선 스스로 실천 다짐을 하도록 이끈 주역은 방통위와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위원들이었다. 티브이조선은 황교안이 대통령 권한대행 시기였던 2017년 재승인 심사에서 정치적 편향성이 지나치다는 혹독한 비판을 받고 낙제점을 받았다.
2020년에는 낙제점은 모면했으나 시청자 눈높이에서 공정성은 여전히 매우 미흡했다. 방통위가 방송사 재승인 심사 투명성 제고를 위해 시청자 의견을 받아본 결과 총 3만2336건의 청취서 중 1만7126건이 티브이조선에 대한 의견이었다. 부정적 의견이 75%나 되었다. 시청자들은 티브이조선에 대해 “가짜뉴스의 발원지로 사회 불안 야기”, “편파적 시각으로 극단적인 여론형성에 몰두”, “전·현직 대통령에 대한 태도의 무일관성으로 방송 중립성이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백서에는 2020년 재승인 심사에 활용된 평가 지표와 심사 자료, 사업자 및 시청자 의견 등이 실려 있다. 종합적이고 다면적인 평가를 거친 게 확인된다. 특히 방송사업자 의견 청취를 통해 공정성 개선의 필요성이라는 공감대를 충분히 형성하고 있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감사원이 2020년 종편 재승인 심사 점수를 문제 삼아 방통위와 심사위원을 감사하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지난 7일 티브이조선은 ‘감사원, 방통위 감사에서 ‘종편 재승인 점수 조작’ 정황 확인’ 보도에서 “사실이라면 누가, 왜, 어떤 이유로 엄정해야 할 심사 점수를 조작하려 했는지 반드시 밝혀져야 할 문제”라며 ‘검찰 이첩’이라고까지 했다. “사실이라면”부터가 추측이다. 티브이조선은 점수 수정이 ‘조작’임이 확실한 사실이라는 근거를 확보했는가?
감사원은 종편 재승인 심사 논의의 모든 과정에 낙장불입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고 전제하는 건 아닌지 묻고 싶다. 방통위와 재승인 심사위원회는 티브이조선이 공정성 개선을 위해 근본적으로 달라지겠다는 약속을 공표하게끔 만든 것만으로도 소임을 다했다. 정녕 심사위원을 범죄 행위자로 몰아세워 검찰 수사까지 받게 할 셈인가. 이치에 맞지 않는 감사원의 애먼 일은 빨리 멈추어야 한다.
최선영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