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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눈앞에 다가온 지역뉴스 생태계 고사 위기

등록 2022-12-28 07:00수정 2022-12-28 08:50

[한선의 미디어전망대]

한국 사회에서 지역은 때때로 섬이 된다. ‘지역에 필요한 양질의 뉴스가 제때에 제대로 도달되는가’라는 측면에서 보면 정보가 단절되거나 빈약해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신문이나 주간지, 방송과 같은 전통 미디어는 물론 인터넷과 포털 등 디지털 미디어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미디어 집단을 떠올리며 지역뉴스와 정보가 부족하다는 사실에 쉽게 공감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실제 지역뉴스 생태계 안에는 헐거운 구멍이 많다.

최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한 미디어정책리포트 ‘미국 지역신문의 위기와 민주주의 시스템 유지를 위한 노력’에 이와 유사한 내용이 잘 소개돼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플랫폼으로의 급격한 전환 속에 미국의 지역신문 시장은 풀뿌리 민주주의가 붕괴될 정도로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이른바 뉴스의 사막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지역신문 시장의 어려움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보고서에서 내가 더 눈여겨 본 것은 지역의 규모와 지역신문 발행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대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뉴스사이트가 운영되는 지역은 미국 전체 평균보다 젊고 교육 수준이 높으며 상대적으로 부유한 지역이었다. 또 오프라인 발행 없이 디지털 플랫폼에서만 운영되는 뉴스사이트 역시 고학력의 젊고 소득 수준이 높은 거주자가 많은 지역이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이트든, 비영리를 목적으로 발간하는 사이트든 마찬가지였다. 설상가상으로 소득 수준이 낮은 지역에서는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광네트워크에 접속하기 어려운 미디어 접근성의 문제도 다른 지역보다 심각했다.

이는 오프라인 신문이 사라진다 할지라도 각종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등 디지털 공간에서 유통되는 정보가 충분히 보완해줄 것이라는 주장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과다. 바꾸어 말하면 소득 수준이 낮은 농촌지역이나 중소도시에서는 오프라인 신문도 사라지고, 디지털 뉴스사이트도 만들어지지 않아 지역정보의 공백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보고서는 지역신문이 사라지는 곳에서 디지털 뉴스사이트가 대안이 될 수 없다고 결론짓는다.

한국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지역뉴스 생태계를 광범위하고 구체적으로 분석한 데이터가 빈약해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기 어렵지만 비슷한 맥락의 연구를 진행했던 적은 있다. 지역신문의 판매와 유통 구조를 살펴보기 위해 지국과 공배(공동배달)센터 현황을 분석하는 작업이었는데, 연구 결과 지역신문 유통이 대전을 기점으로 사실상 고사 위기에 빠져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역신문은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3개 중앙지가 구축한 지국이나 공배센터에 의존해 판매되는데, 판매망은 대전(세종)까지는 서로 경쟁하지만 그 아래부터는 세 신문사의 전략이 달라진다. 중앙은 천안 이하 지역은 사실상 포기해 수도권에 집중하고, 조선은 대전에서 부산으로 이어지는 동부 축을, 동아는 대전에서 광주로 이어지는 서부 축을 관장하는 방식이다. 이를 지도로 형상화하면 대전 이남의 지역뉴스 생태계는 매우 희미하고 위태롭게 유지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올 한해 언론계는 문화방송에 대한 대통령 전용기 탑승 배제, 공영방송 지배구조 및 민영화 문제, 대통령 출근길 문답 중지 등 중앙의 현안이 지역 이슈를 모두 집어삼켰다. 부디 내년에는 지역언론에 대한 관심이 구체적인 실태 파악과 분석, 그리고 정책 제언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아니, 추상적인 구호 수준이라도 좋으니 관심의 대상이 되기를 바란다고 해야 하나.

한선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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