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에 대한 국민감사 청구와 관련, 감사원의 ‘현장조사’ 실시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지난해 11월 보수 언론단체가 <문화방송>(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에 대해 국민감사를 청구한 것과 관련, 감사원의 ‘현장조사’ 실시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감사원은 관계 법령에 근거해 필요하다면 현장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는 태도인 반면, 문화방송 쪽은 이번 감사를 ‘정치 감사’로 규정하고 “법적 근거가 없는 현장조사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17일 <한겨레>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감사원은 보수 언론단체인 공정언론국민연대 등이 문화방송의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문진에 대해 ‘문화방송 방만 경영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 해태 의혹’을 제기하며 청구한 국민감사와 관련해 이날까지 추가 자료 제출을 요청한 상태다.
애초 감사원은 이번 감사 청구 건과 관련해 지난달 중순 방문진의 서면 답변을 요구했다. 이어 지난해 12월29일에는 전화로 현장조사 일정(1월12일부터 6일간)을 통보하고 방문진에 이를 위한 공간과 집기 등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방문진이 현장조사의 법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답변하자 17일까지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것으로 한발 물러선 바 있다.
다만 감사원은 방문진이 제출하는 자료를 살펴본 뒤 필요하면 언제든지 현장조사를 강행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감사원은 방문진 현장조사 실시 방침을 거둬들인 것이냐는 <한겨레>의 질의에 “방문진이 제출하는 추가 자료를 검토한 뒤, 담당 부서에서 (현장 조사) 필요성을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또 현장조사의 법적 근거에 관한 주장이 엇갈린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쪽(문화방송 및 방문진)에서는 그렇게 주장할 수 있겠으나, 관련 규정에 대한 유권 해석 기관인 감사원의 입장을 ‘주장’으로 모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했다. 방문진 현장조사 논란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란 이야기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 12일 보도 참고자료를 내고 “일부 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이 감사원이 ‘방송문화진흥회를 현장 조사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거나 ‘감사원 훈령이 개정되어 현장 조사를 할 수 없다’는 주장이 있으나,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님”이라고 밝혔다. ‘국민감사청구 처리규정’ 5조의 ‘자료수집’은 현장조사를 포함하는 개념이며, 다른 규정에서도 현장 조사라는 용어는 사용하지 않고 자료수집이라는 용어로 통일해 쓰고 있다는 것이다. 해당 규정 5조(3항)를 보면 “처리담당 과장은 접수된 감사청구의 사실관계 등을 확인하기 위해 자료수집을 실시하고, 관계기관으로부터 의견 청취 등이 필요한 때에는 적정한 기간 내에서 서면 답변을 요구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반면 문화방송 쪽은 감사원이 국민감사청구심사위원회의 감사 실시 결정이 내려지기도 전에 현장 조사부터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위법이라고 보고 있다. 감사원은 국민감사 청구가 이뤄지면 접수한 날부터 30일 이내에 국민감사청구심사위원회를 열어 감사 실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번에 감사원이 방문진에 통보한 현장 조사나 추가 자료 제출 요구는 모두 이 위원회에 관련 안건을 상정하기 전에 벌어진 일들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도 감사원의 현장 조사는 불법·직권남용에 해당하는 만큼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다. 문화방송본부는 지난 12일 성명에서 “국민감사청구에 따른 방문진 감사와 관련해 감사원이 제시한 규정 어디에도 ‘현장 조사’를 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는 없다”고 주장했다.
또 “‘자료수집 개념에 현장조사를 포함시킬 수 있다는 것’은 감사원의 자의적 해석에 불과하며, 헌법에 규정하는 적법절차 원칙과 법원 판례로 비춰볼 때 자료수집 범위에 현장조사까지 포함시킨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관련 제도 및 규정의 혼용을 악용한 일방적 주장이자 궤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최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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