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집에서 가꾼 과꽃 화분과 함께한 모친 유창임씨와막내딸 김혜경씨.
2018년 7월 병상에서 누워 89살 생일을 맞은 모친 유창임씨. 김혜경 주주 제공
살아 생전 텔레비전에 한 번 나와 보는 게 소원이었던 엄마 ! 텔레비전은 아니지만 내 카톡 프로필에 사진을 올려놓았으니 지인들은 볼 거고 , 또 혹시 잘 되면 인터넷에서도 여러 사람 보게 될 거예요.
평생 남을 배려하며 사셨던 엄마 ! 웬만하면 지는 게 편하다고 하셨죠 . 그런 성품대로 대학병원에 사후 주검까지 기증하고 구십년 삶을 홀가분하게 벗어나셨지요. 돌아가시기 두 달쯤 전 "엄마! 시신 기증 하는 거 안 해도 돼! 마음 바꿔도 돼!"라고 말씀 드렸을 때도 엄마는 꿋꿋이 한번 뱉으신 말을 지키셨어요.
침대에만 누워 계신 세월이 꼬박 4 년이었죠 ? 나같으면 짜증이라도 낼만한데 . 보 살피는 딸에게는 늘 좋은 얼굴을 보여주셨죠. 오히려 제가 힘들어서 짜증내고 엄마에게 화내고 그랬어요. 이해해 주셨지요 ?
사랑해요~ 엄마 ! 보고 싶어요~엄마! 제가 난소 수술 받느라고 병원에 한보름 입원해 있는 동안 호스피스 병동에 모신 게 내내 걸렸어요. 동네 요양원에 모셨다면 더 오래 사셨을 수도 있었을 것 같아서요 . 하지만 한편으론 엄마가 코로나 대유행이 오기 전 2019 년 여름에 돌아가신 게 오히려 잘됐나 싶기도 해요. 또 제가 수술하고도 회복에 시간이 걸려 엄마가 더 사셨어도 못 돌봐드렸을 테니까요 .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는 항상 아쉬움이 있지만, 지금도 엄마가 제 곁에 있는 듯 살고 있어요. 물론 엄마를 잊고 지내는 때도 있긴 하지만요.
이제 엄마 막내딸인 저도 환갑이 됐어요 . 이제 산 날보다 앞으로 살 날이 더 짧겠지요 . 꽃과 자연을 좋아하는 시인이었던 엄마 ! 하늘에서는 항상 행복하세요 . 엄마 ! 존경해요 . 사랑해요 . 다음생애도 나의 엄마로 또 와주세요 .
엄마는 늘 ‘ 책임 '이라는
단어를 ‘ 책음 ' 이라고 발음하셔서 저랑 애들이 놀리곤 했는데, 그마저도 이제는 그리움으로 남네요 . 그곳에선 더이상 ‘책음’ 지지 마시고 홀가분하게 지내세요 . 사랑하는 엄마 !!
인천/김혜경 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