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문화방송>(MBC) 사옥에서 열린 ‘MBC 사장 후보 시민평가단 회의’에서 박성제 현 사장(가운데)이 탈락했다. 문화방송 제공
<문화방송>(MBC) 차기 사장 선임 절차가 진행 중인 가운데, 박성제 현 사장이 시민평가단 투표에서 탈락하는 이변이 벌어졌다. 박 사장에 대한 여권의 지속적인 사퇴 공세, 1인2표의 시민평가단 투표 방식 등이 뜻밖의 결과를 만들어 낸 것으로 보인다.
20일 문화방송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지난 18일 치러진 사장 후보 시민평가단 회의에서 문화방송 소속 안형준 기획조정본부 메가엠비시(MBC)추진단 부장, 허태정 시사교양본부 콘텐츠협력센터 국장 등 두 명이 최종 후보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세 명의 후보 중 연임 도전에 나선 박성제 현 사장은 가장 적은 표를 얻어 탈락했다. 방문진 이사회는 21일 안 부장과 허 국장 등 두 명에 대한 면접평가를 실시해 신임 사장 내정자를 선임하게 된다.
문화방송 내부에서는 인지도와 경력 등에서 앞선 현 사장이 시민평가단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결과를 두고 ‘당혹스럽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화방송의 국장급 관계자는 “가장 유력할 것으로 보였던 현 사장의 탈락에 많은 구성원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며 “1인2표라는 독특한 투표 방식 아니고선 도저히 설명이 되지 않는 결과”라고 말했다.
시민평가단 제도는 이번에 처음 도입됐다. 공영방송의 실질적 주인인 시민이 사장 선임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애초 방문진이 이 제도를 만든 취지였다. 이번 시민평가단은 방문진의 의뢰로 외부 여론조사 기관이 꾸렸으며 모두 156명이 여기에 참여했다. 이들은 18일 시민평가단 회의에서 박 사장을 포함한 세 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질의응답 등을 거친 뒤, ‘1인2표’ 투표 방식으로 최종 후보 두 명을 선택했다. 문화방송의 또 다른 관계자는 “박 사장에 대한 보수 진영의 공세가 언론을 통해 계속 노출되는 상황 속에서 이번 시민평가단 회의가 진행된 만큼, 1인2표 방식은 결국 이쪽도 저쪽도 아닌 ‘무난한 사람’에게 유리한 방식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앞서 국민의힘 소속 홍석준 의원은 보수 성향 언론단체인 공정언론국민연대와 함께 지난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성제 현 사장을 ‘하자 있는 인물’로 규정한 뒤 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같은 당 박성중 의원도 지난 20일 박 사장이 연임 도전을 공식화한 뒤 “(이는) 공영방송을 영구히 장악하겠다는 언론노조의 계략”이라고 비판하는 등 수차례 사퇴를 요구했다.
이번 시민평가단 투표 결과를 두고 박성제 사장은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처음 도입된 시민평가단의 운영방식을 지적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도 잘 모르는 부분이라 제도를 탓하지 않겠다”며 “결과에 승복하고 제 부족함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박성제는 탈세, 횡령, 배임, 노동법 위반, 부실경영 등등으로 수사를 받아야 한다’며 온갖 가짜뉴스로 제 명예를 훼손한 몇몇 의원님의 작전은 성공한 듯하다”고 덧붙였다.
최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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