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이 22일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장은 각 정당이 내는 방송 심의 민원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며 이로 인한 ‘정치 심의’ 시비를 극복하는 것이 5기 방심위의 가장 큰 과제라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22일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2008년 방심위 출범 이후 연도별 정당 민원을 살펴보면 최근 3년간 수직적으로 치솟는 경향이 나타난다”며 “방심위가 출범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6년 동안 딱 한 건이 전부였는데, 최근 3년간 폭증해 2022년 1687건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정당 민원이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등 주요 정당이 각 방송사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공정성 및 객관성 위반 여부를 심의해달라며 낸 민원을 가리킨다. 시사·보도 프로그램과 달리 연예·교양 프로그램에 대한 방심위 심의는 주로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방심위가 집계한 연도별 정당 민원 접수 현황을 보면, 정당이 낸 심의 민원은 지난해 1687건으로 방심위 출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중 국민의힘이 낸 민원(1369건)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더불어민주당이 낸 민원은 318건이었다. 국민의힘은 19대 대선이 치러진 2017년(당시 자유한국당)에도 가장 많은 심의 민원(803건)을 낸 바 있다. 반면 민주당은 박근혜 정부 시기였던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상대적으로 많은 민원을 제기했다.
정 위원장은 “제가 지난 1년 반 이상 (방심위에) 와서 직접 경험하면서 느낀 것은, 늘 방심위에서 논란이 되는 게 정치 심의”라며 “사실 우리가 하는 심의의 97~98%가 통신 심의이고 방송 심의 쪽도 경제 관련이나 광고, 의료정보 등은 비정치적 심의인데, 정치 쪽에만 초점이 맞춰져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는 게 대단히 안타깝다”고 말했다.
방심위를 둘러싼 정치 심의 논란이 심화하는 현상에 대해 정 위원장은 방심위의 태생적 한계와 정당에 의한 방송 심의 민원 제기 관행 등을 문제로 꼽았다. 방심위는 민간독립기구라는 위상을 갖는데도 여야가 6 대 3 비율로 전체 위원 9명을 모두 추천해왔다.
정 위원장은 “정치 심의 논란이 계속되는 건 방심위 구성이 6 대 3이라는 정치적 구조로 돼 있기 때문에 근원적 굴레인 것 같다”며 “정당 민원이 폭증하는 과정에서 정당에 의해 심의 안건이 제기되는 과정 자체가 정치적이라는 것(도 문제)”라고 짚었다.
이어 그는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사무처에서 팀을 꾸려 유럽과 미국의 방송심의 기관이 어떻게 구성되고 어떻게 심의하는지 사례를 연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최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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