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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편집국 간부의 김만배 사건 관련 진상조사 최종결과를 알려드립니다

등록 2023-02-27 09:00수정 2023-02-27 09:47

‘한겨레 윤리는 어디에서 실패했나’ 보고서 요약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한 편집국 간부의 김만배 사건 관련 진상조사위원회가 50여일 동안 독립적인 진상조사를 벌여 27일 ‘한겨레 윤리는 어디에서 실패했나’ 보고서를 공개합니다. 80쪽 분량의 보고서 전문을 공개하고, 보고서 주요 내용을 축약해 싣습니다. 한겨레는 진상조사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독자·주주·국민들께 다시 한번 깊은 사과와 함께 ‘윤리의식을 바로잡고 쇄신하겠다’는 다짐의 말씀을 드립니다.

<한겨레> 편집국 신문총괄이었던 석진환씨와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중심에 있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사이의 금전거래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한겨레의 신뢰는 크게 훼손됐다. 한겨레는 신뢰 회복의 출발점은 철저한 진상조사라는 인식 아래 ‘편집국 간부의 김만배 사건 관련 진상조사위원회’(진상조사위)를 꾸렸다. 공정성·객관성·투명성 확보를 위해 외부위원인 김민정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가 위원장을 맡고, 위원장 포함 4명의 외부위원과 부위원장 포함 9명의 내부위원 등 모두 13명의 진상조사위원이 참여했다. 1월11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출범한 진상조사위는 지난 2월3일 석진환 전 신문총괄 대면조사를 포함해 사내외 인사 52명에 대한 대면 또는 서면·전화 조사를 실시했다. 또 돈거래와 기사 영향 가능성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석 전 신문총괄과 전 사회부장이 쓴 기사·칼럼 및 2021년 9월 이후 한겨레의 대장동 사건 관련 기사를 전수조사했다. 진상조사위는 한겨레신문사에 의해 구성됐으나, 진상조사위 활동은 독립적으로 이뤄졌다. 또 최종보고서에 담긴 진상조사위의 판단은 한겨레 의견이 아니라 진상조사위 자체 판단임을 밝힌다. 80쪽 분량의 보고서는 한겨레 누리집을 통해 공개하며, 지면에는 보고서 내용을 축약해 싣는다. 지난달 20일치 2면에 보도된 ‘진상조사 중간경과’ 내용과 중복되는 부분은 압축했다.

한겨레신문사는 두차례 사과문(1월7일, 10일)에서 전 신문총괄의 실명과 직책을 언급하지 않고 ‘편집국 간부’ 등으로 표기했다. 현재 수사를 받고 있거나, 피의자 신분이 아닌 인사의 구체적 신원 공개는 명예훼손 등 법 위반 사항이 될 수 있다는 자문변호사의 법적 자문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최종 보고서에서는 진상조사위 자체 판단이 필요하다고 보고 원점에서 논의했다. 진상조사위 안에서는 의견이 갈렸다. 오랜 토론 끝에 석 전 신문총괄의 실명을 쓰기로 했다. 한겨레는 외부위원들과 함께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조사보고서를 공개하기로 했다. 이는 진상조사위 보고서가 한 언론사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함께 논의하는 공적 활동의 일환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부 공개 취지 및 한겨레 전체가 무겁게 책임을 받아들인다는 차원에서 실명 공개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진상조사위는 다음 4가지 영역에 대한 조사에 집중했다: (1)석진환-김만배 돈거래 (2)한겨레 내부 사전 인지 (3)돈거래 사실이 알려진 직후 한겨레 대응 (4)보도 영향 가능성 등이다.

1. 석진환-김만배 돈거래

두 사람은 전 신문총괄이 법조팀에 소속된 2003~2004년 무렵 처음 알게 됐다. 둘은 2017년 3월부터는 각각 한겨레와 머니투데이 법조팀장으로 대법원 기자실에서 함께 지냈다. 1년에 두차례가량 같이 골프를 쳤고, 전 신문총괄이 법조팀을 떠난 뒤에도 1~2개월에 한번씩 만날 정도로 친분관계를 이어왔다. 그러던 중, 전 신문총괄은 아파트 청약의 어려움을 김씨에게 털어놓았고, 이에 김씨는 “돈을 빌려줄 테니 청약을 해보라”고 제안했다. 전 신문총괄은 2019년 3월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어 2019년 5월 수표로 3억원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2020년 8월까지 중도금 납입 시기에 맞춰 모두 5차례에 걸쳐 9억원(선이자 1천만원 포함)을 수표로 받았다. 전 신문총괄은 김씨로부터 받은 9억원과 금융기관 대출, 기존 주택 보증금 등을 합쳐 2021년 8월 아파트 분양대금을 모두 치렀다. 그리고 남은 돈 2억원을 김씨에게 갚았다. 애초 2021년 8월 입주 시 전세를 놓고 전세보증금을 받아 빌린 돈을 모두 갚을 계획이었다고 전 신문총괄은 말했다. 그러나 ‘자녀 학업을 마친 뒤 천천히 갚으라’는 김씨의 제안을 받아들여 우선 입주하고 변제 시기를 늦췄다는 게 전 신문총괄과 김씨가 진상조사위 조사에서 공통적으로 말한 내용이다. 전 신문총괄이 받은 9억원 가운데 6억원은 김씨가 천화동인 4호와 5호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로부터 받아낸 돈이라는 게 검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나고 있다. 전 신문총괄은 돈을 빌릴 당시, 유산을 받아 평소 돈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던 김씨가 친분 관계로 자신에게 돈을 빌려준 것으로 생각했다고 진상조사위 조사에서 말했다. 김씨도 진상조사위 서면조사에서 “돈의 출처를 이야기하진 않았지만, 석 기자는 당연히 제 돈을 빌려주는 것으로 알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9억원이라는 거액을 빌리면서 차용증을 쓰지 않고, 이자도 ‘시중 최저 수준’이라며 모호하게 언급했고, 변제 시기 약속도 불분명했다. 두 사람 모두 “어떠한 부탁이나 요청도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상궤를 벗어나는 거액의 돈거래를 하면서 출처나 의도에 대한 의심 없이 이를 받아들였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행동이었다고 진상조사위는 판단한다. 진상조사위는 언론기관에 요구되는 공적 책무를 상기하며 언론윤리 측면에서 이 문제를 조사했다. 그 결과, 전 신문총괄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첫째, 두 사람의 금전거래는 정상적 관례를 크게 벗어난 것이다. 그의 아파트 청약은 김씨로부터 9억원을 빌렸기에 가능했다. 청약 당시 전 신문총괄의 자산을 감안했을 때, 이 청약 자체가 매우 무리한 수준이라 본다. 그가 이처럼 일반적이지 않은 투자를 할 수 있었던 데에는 김씨와의 금전거래를 통해 심리적·물리적으로 이자 부담을 덜 느꼈던 것이 큰 요인이었다고 본다.

언론인은 공정한 직무수행이 저해되는 상황뿐 아니라 저해될 우려가 있는 상황도 피해야 한다. 김씨는 타사 동료 기자인 동시에 부동산 사업가로 알려진 인물이다. 또 주변 기자 및 법조인들에게 향응 등을 제공하며 입지를 넓혀왔다. 이 돈거래가 있기 전에도 그는 김씨로부터 골프, 식사 등의 대접을 꾸준히 받아왔다. 결과적으로 이는 돈거래까지 이어지게 된 출발점이 됐다.

한겨레 윤리강령 실천요강 및 취재보도준칙에서 규정하고 있는 ‘금품수수’는 ‘금전, 물품 기타의 재산적 이익뿐만 아니라 편의 제공 및 사람의 수요·욕망을 충족시키기에 족한 일체의 유형·무형의 이익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따라서 김씨와의 비정상적 거래를 통해 상당한 금전적 이익을 추구한 그의 행위는 금품수수를 금지하는 한겨레 윤리강령 실천요강 및 취재보도준칙 위반에 해당한다.

둘째,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 언론을 통해 본격적으로 공개되기 시작한 2021년 9월, 그는 한겨레신문 편집국 신문총괄직을 맡고 있었다. 따라서 대장동 사건 핵심인물인 김씨와 돈거래로 얽혀 있는 그는 해당 직무에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이해충돌 상황이 발생하게 됐다. 그런데도 이를 회사에 보고하거나, 직책에서 물러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이는 이해충돌 회피 의무를 규정한 한겨레 취재보도준칙 위반에 해당한다.

셋째, 2022년 3월5일 <동아일보>가 남욱 변호사의 피의자 신문조서(2021년 10월)를 토대로 “김만배가 기자 집 사준다며 돈 요구해 6억원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이날 대장동 사건 관련 주무부서장인 사회부장에게 자신의 금전거래 사실을 알렸다. 회사에는 보고하지 않았다. 신문총괄과 사회부장의 지위 및 역할, 이후 사회부장이 기사 내용에 대한 별도 취재 지시가 없었던 점 등을 비춰볼 때, 결과적으로 그의 이날 행동은 매우 의심받을 만한 행동이며 부적절한 것이라고 판단한다.

2. 사내 사전 인지

<동아일보> 보도 직후, 전 신문총괄은 김씨와의 돈거래를 설명하면서 사회부장에게 ‘정상 거래’라고 말했다. 사회부장은 차용증, 이자, 일부 변제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추가로 사실확인을 하거나 회사에 보고하지 않았다. 진상조사위는 사회부장이 크게 3가지 부분에서 잘못이 있다고 판단한다.

첫째, 대장동 사건 핵심 인물인 김만배씨로부터 한겨레 편집국 신문총괄에게 거액의 돈이 흘러갔다는 사실 자체가 한겨레의 명예에 치명적 손실을 끼치게 된다. 이를 충분히 알 만한 위치에 있는 회사 간부인 사회부장이 회사에 알리는 등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

둘째, 결과적으로 대장동 사건과 관련한 주요 사항을 알게 됐음에도 주무부서장으로서 별도 확인이나 취재 지시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셋째, 신문총괄은 편집국 국장단 일원으로 상시·직접적이진 않더라도 업무상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대장동 사건 핵심 인물과 신문총괄의 돈거래 사실을 알게 돼 주무부서장 역할을 하는 데 이해충돌 소지가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해소하지 않은 채 10개월을 묵인했다. 사회부장의 공적 의식보다 사적 친분관계가 더 크게 작동한 것이라고 본다.

편집국 차원에서 사전 인지 기회를 놓친 사례도 있다. 당시 검찰 출입 기자와 법조팀장 모두 이 동아일보 기사에 주목하지 않아 기사 확인 또는 확인 지시 등을 하지 않았다. 두달여 뒤인 5월25일 서울중앙지법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의 뇌물 혐의 재판에서 남욱 변호사가 증인 신문에서 한겨레 기자와 김만배씨의 돈거래 사실을 말했다. 그러나 담당 기자가 재판을 면밀히 챙기지 않아 이 발언을 놓쳤다고 진상조사위에 진술했다.

진상조사위는 보고와 피드백 등 일상적인 취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라고 판단한다. 또 이처럼 어느 정도 노출되기 시작한 사실들을 꽤 오랜 기간 동안 한겨레 편집국이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취재정보망에 허점이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밖에 탐사보도 매체 <뉴스타파>가 2022년 12월29일 정영학 녹취록을 바탕으로 한 ‘대장동 키맨 김만배 “기자들에게 현금 2억씩, 아파트 분양권도 줬다”’ 기사를 보도했지만, 편집국 어느 부서도 이 보도를 주목하지 않았다. 한겨레가 언론계 내부 자기감시자의 역할을 충실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진상조사위는 판단한다.

3. 돈거래 사실이 알려진 직후 한겨레 대응

2023년 1월5일 <에스비에스>(SBS) 취재가 들어오자, 전 신문총괄은 이날 오후 4시께 돈거래 사실을 편집국장에게 처음 보고했다. 이어 편집국장-편집인-대표이사 등으로 보고됐다. 이날 전 신문총괄은 보고 뒤 회사를 떠났다. 이날 <에스비에스> 8시 뉴스 관련 보도에는 한겨레신문 회사 이름이 명시되지 않았으나, 다음날인 6일 <조선일보> 보도로 돈거래 언론사 간부가 한겨레 소속임이 드러났다. 한겨레는 이날 오후에 사과문을 냈다. 이어 9일 대표이사, 편집인 등 등기이사 조기 퇴진, 편집국장 사퇴 및 석 전 신문총괄 해고 의결 등이 진행됐다. 이어 외부인사를 포함한 진상조사위를 구성해 두달 가까이 사실관계 조사 활동을 벌여왔다.

전반적으로 보면, 발빠른 사과 발표와 함께 대표이사, 편집국장 등 관리자들이 곧바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다. 한겨레가 이번 사태를 얼마나 엄중히 바라보고 있는지를 내부·외부에 명확하게 전달한 것이라고 진상조사위는 판단한다. 하지만 1월5일 상황 인지 당일에는 다음날 긴급 임원회의를 열기로 했을 뿐, 회사 공식라인의 밀착된 조사 등으로 곧바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로 인해 첫 사과문에서 돈거래 금액을 6억원으로 잘못 표기해 2차 사과문에서 이를 수정해야 했고, 이는 사건 초기에 추가적으로 신뢰를 떨어뜨리게 만들었다. 또 대표이사 사퇴 뒤 경영 공백에 대한 대비책이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아 혼선이 일었다. 이런 과정에서 회사의 공식적인 위기관리 시스템이 작동하기보다는 사안마다 개별 기자 또는 책임자들의 임기응변식 판단에 의존하는 성격이 짙다는 점에 진상조사위는 주목했다. 위기 상황에 조직 전체가 좀 더 유연하면서도 치밀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위기대응 시스템을 정비해둘 필요가 있다고 진상조사위는 판단한다.

4. 기사영향 가능성 조사 및 분석

진상조사위는 ‘두 사람의 돈거래가 한겨레의 대장동 관련 보도에 영향을 미쳤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한겨레의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보도 전반을 살폈다.

전 신문총괄은 돈거래에서 청탁은 없었으며 이로 인해 기사를 소극적으로 다루거나 판단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씨 역시 기사 청탁도, 사소한 부탁도 한 적이 없었다고 진상조사위에 말했다. 그러나 전 신문총괄이 돈거래를 한 2019년 이후 맡았던 여러 보직은 편집국 주요 의사결정에 큰 영향력을 갖는 위치다. 핵심간부 개인의 이해관계로 인해 어긋나는 보도가 있었는지 그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사건 진상 파악과 한겨레 신뢰 회복에 필수적인 사항이다.

그동안 언론계에서 ‘오보’나 ‘표절’ 관련 조사는 있었지만, 특정인이 소속 언론사 보도에 미친 영향을 조사한 사례는 없었다. 이에 언론학자·변호사 등 외부위원 4인은 편집국 조직체계와 권한, 취재와 편집 시스템 등을 고려해 최대한 객관적 증거를 찾기 위한 조사 방법을 마련했다. 먼저 편집국 의사결정 구조를 조사하고, 이어 지면과 디지털 출고를 기준으로 전 신문총괄이 돈을 빌린 시점인 2019년 이후 직접 쓴 칼럼, 전 사회부장이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이 언론에 제기된 2021년 9월 이후 직접 쓴 칼럼과 기사를 전수조사했다. 또 한겨레의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관련 기사 검토를 위해 2021년 9월 이후 집배신 시스템에 있는 기사 등록 및 수정 이력, 보고 내용 등을 모두 점검해 ‘이상 징후’에 해당하는 것을 추리고 동시에 관련자 조사를 진행했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위해 실무작업은 내부위원들이 진행하고, 최종 판단은 외부위원들이 내렸다.

진상조사위는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이 불거진 2021년 9월 당시 한겨레 편집국 구조상 신문총괄이 개별 기사를 직접 수정(데스킹)하거나 콘텐츠 방향에 개입(취재 지시 등)하는 역할을 갖고 있지 않음을 확인했다. 신문총괄은 개별 기사가 아니라 지면 배치와 제목 등을 책임진다.

2019년 이후 전 신문총괄의 칼럼과 칼럼성 기사 전체 26건 가운데 대장동 관련 내용은 없었다. 다만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소재 삼은 칼럼이 두 건 있었다. △종부세 강화, 정말 7월엔 가능할까 △‘수도권 정부’가 키운 엘에이치(LH) 땅투기 등이다. 외부위원들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코멘트를 하는 데 있어서 개인의 집 보유 여부가 자격이 될 순 없고, 내용도 일반적 상식을 벗어난 범위라 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2021년 9월 이후 전 사회부장이 쓴 칼럼과 기사에서는 대장동 관련이 세건 있었는데 모두 전 신문총괄로부터 돈거래 사실을 들은 2022년 3월5일 이전에 작성된 것으로 파악됐다.

한겨레 정치·사회·전국부와 대장동특별취재팀 등이 이 시기에 출고한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관련 기사는 모두 712건이다. 집배신 조사에서 712건 중 전 신문총괄의 열람 이력이 남은 기사는 32건이었다. 이 중 15건은 단순 기사 열람만 한 것이고, 17건은 지면에 맞게 분량을 축소하거나 일부 표현을 다듬고 주제와 관련된 사건 내용을 덧붙이는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조사위원들은 전 신문총괄이 직접 수정하지 않더라도 각 부서 부장, 팀장 등을 통해 기사에 영향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통상의 데스킹을 넘어서는 이례적 수준의 수정 사례 또한 살펴봤다. 구체적으로는 △단독 기사를 디지털로만 출고하는 등 기사 중요도 판단에 의구심이 제기되거나 △데스킹 과정에서 김만배씨 쪽에 우호적인 내용이 더해지거나 △기사나 발제가 몰고 또는 묵살된 경우 등이다. 이렇게 ‘이상 의심 징후’로 26건을 취합한 뒤, 취재기자, 데스크, 편집자 등 관련자 조사를 벌였다. 이에 대한 관련자들의 설명을 각각 보면, △기사 경쟁이 심한 당시 지면 확보보다 빠른 디지털 출고를 우선시함 △저녁에 새로 발생한 상황과 이슈로 인해 기사의 주제를 바꿈 △반론이 뒤늦게 취재돼 기사 내용 보강 △‘반론을 보강해 균형을 갖추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현실적으로 취재가 불가능했던 점 등이었다. 전 신문총괄 등 특정인에 의한 기사 영향은 확인되지 않았다.

진상조사위는 개별 기사 이례적 수정 확인과 별도로 한겨레가 전반적으로 대장동 관련 의혹 보도를 충실히 했는지, 그리고 이에 전 신문총괄의 개입이 있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빅카인즈를 통해 2021년 9월 이후 11개 언론사의 보도와 비교분석했다. 대장동 사태에서 변곡점이라고 할 수 있던 시기, 즉 대장동 보도가 언론에서 집중됐던 상위 100일을 보면, 한겨레는 이 중 89일에는 주요 키워드를 모두 보도했다. 나머지 11일에는 일부 다루지 않은 사안이 있었다. 이유는 한겨레 편집국 방침이 녹취록처럼 확인되지 않는 일방적 전언 형태 등에 대한 보도에는 신중하기 때문인 것과 관련 있는 경우가 많았다. 특별취재팀이 활동하던 기간의 단독기사들은 인터뷰와 녹취록 등 일방의 주장이 아닌 자료와 법령 등에 근거한 기사들이 대부분이었다. 다만 조사 과정에서 관련자들은 한겨레가 대장동 보도에 적극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긴 어렵다는 의견들을 내놨다. 빅카인즈 분석에서 한겨레의 대장동 사건 관련 보도량은 1229건으로 세계일보(4430건), 중앙일보(3039건), 조선일보(2839건), 경향신문(1963건), 한국일보(1644건) 등 주요 전국일간지들 중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는 전언을 그대로 보도하지 않는다는 한겨레 편집국 기조, 이에 대한 사실확인의 어려움, 사안을 바라보는 편집국 내 다른 시각, 지휘·협력체계 문제 등이 복합된 것으로 여겨진다.

결론적으로, 진상조사위는 전 신문총괄이 작성한 칼럼, 전 사회부장이 작성한 칼럼과 기사, 전 신문총괄의 기사 수정 이력 점검 및 이상 징후 기사 및 관련자 조사, 타사와의 보도 비교 등을 진행한 결과, 두 사람의 돈거래가 기사에 직접적으로 미친 영향은 확인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

한편, 전 신문총괄이 작성한 칼럼 중에는 대장동 관련 내용은 아니지만, ‘내로남불’로 비판받을 수 있는 내용이 있다. 2019년 3월18일치에 실린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광주의 전두환’, 2020년 6월4일치에 실린 ‘누구도 양심을 장담할 수 없다’, 2020년 9월17일치에 실린 ‘청탁이라는 본질을 흐리는 것들’ 등이 대표적이다. 전 신문총괄은 이 칼럼들에서 “적당히 방치하면, 평범하고 일상적인 악이 어느새 살포시 내려앉아 온통 우리 주변을 감싸게 될지 모른다”며 일상에서 경계심을 늦추지 말 것을 촉구했고, “진보개혁 세력이 양심과 도덕에서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누구도 양심을 장담할 수 없다”고 일갈했으며, 기자 경험을 바탕으로 “힘 있는 이들이 청탁을 얼마나 가볍고 사소한 일로 치부하는지”를 지적했다. 그 엄정한 잣대가 본인에게는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은 기사 영향 가능성 여부와 별개로 많은 한겨레 독자들이 반감을 갖고 비판할 지점이라 생각된다.

5. 진상조사위 제언

1) 언론윤리 시스템 재정비

전 신문총괄뿐 아니라 그로부터 김씨와의 돈거래 사실을 전해들은 당시 사회부장은 진상조사 과정에서 ‘이 금전거래가 법적으로 문제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전 신문총괄은 2022년 3월 금전거래 사실을 사회부장에게 이야기할 때 ‘정상적인 차용관계’라고 설명했다. 사회부장도 차용 방식, 이자, 변제 계획, 검찰 수사 여부 등을 물은 뒤 ‘정상적인 차용관계’라는 그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진상조사위는 전 신문총괄과 전 사회부장 모두 적법성 여부에만 주목했을 뿐, 기자로서 지켜야 할 윤리 의무를 저버렸다고 판단한다. 기자에게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적법성’을 따지기에 앞서, 높은 수준의 ‘언론윤리’가 요구된다. 적법성이 기자의 직업윤리와 일반인의 상식적 판단을 앞설 수 없다. 한겨레는 1988년 창간과 함께 국내 최초로 윤리강령 및 윤리강령 실천요강을 제정했다. 하지만 강령 및 실천요강이 내부 구성원 개개인에게 내재화된 가치로 자리잡지 못했음을 이번 사건이 드러냈다고 판단한다. 한겨레 구성원들의 언론윤리 인식을 재점검하고 다양한 상황을 염두에 둔 언론윤리 교육을 강화할 것을 진상조사위는 제안한다.

이번 사건은 언론계 종사자 그 누구도 윤리적 성찰의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한겨레 내부 구성원이 뼈저리게 깨닫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또 언론윤리 강화를 선언하는 데 그쳐선 안 된다. 한겨레는 이해충돌 방지 규정을 구체화하고, 언론윤리를 뒷받침해줄 만한 시스템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이해충돌 회피 노력이 조직 내부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특히 한겨레 간부들의 직업윤리를 점검하기 위한 간부진의 자체 점검과 회사 차원의 구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취재 관행과 대외 관계 등을 전반적으로 점검하는 시스템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2) 조직문화와 취재·관리시스템 정비 및 개선

이번 사건에서 사회부장은 전 신문총괄로부터 돈거래 사실을 듣고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보아 이해충돌 회피 의무 등을 10개월간 이행하지 않았다. 또 편집국장도 전 신문총괄로부터 첫 보고를 받은 당일, 좀 더 냉정하고 객관적인 공식 조사로 연결하지 못하고, 그의 설명만 듣고 돌려보냈다.

진상조사위는 한겨레에는 동료와의 친분 관계를 중시하고 구성원을 서로 가족처럼 여기는 내부 지향적 문화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봤다. 이런 문화가 부정적으로 작용하면, 언론인에게 요구되는 고도의 직업·언론 윤리를 해치는 내부 요인이 될 수 있다. 전 신문총괄과 그의 금전거래 사실을 사전 인지했던 사회부장과의 관계는 회사 업무에서 출발한 친분이다. 친분이 깊다는 이유로 부적절한 금전거래를 털어놓고 이해받을 관계가 아니다. 또 한겨레 수뇌부는 전 신문총괄의 금전거래 사실을 최초 인지했던 당일, 개인에 대한 감정은 내려놓고 원점에서부터 당사자와 문제 행위에 대한 판단을 할 필요가 있었다. 한겨레는 취재 활동이나 윤리 의무 준수의 판단 기준을, 당사자 입장을 최대한 고려하는 내부 구성원에 맞추지 말고 당사자와 일정 정도 거리를 둔 냉철한 외부자의 시선에 두어야 한다.

한겨레는 6만여명의 시민주주로 구성된, 이른바 ‘오너 없는’ 회사다. 사장은 내부 구성원의 선거로 선출한다. 그렇기에 다른 언론사에 비해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갖췄다고 평가받는다. 그러나 이러한 수평적·민주적 문화가 내부 구성원의 과오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흐려지는 결과를 초래한 건 아닌지 냉정한 진단과 이에 대한 해결책 모색이 필요하다. 업무 관련 소통의 부재, 2022년 3월과 5월에 사전 인지 기회를 놓친 사례와 같은 취재 및 관리 시스템 허점 등도 깊이 들여다보고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와 함께 비상시 선제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위기대응 시스템도 구비해두어야 한다.

3) 법조기자단 시스템에 대한 고민 필요

진상조사위는 전 신문총괄 외에 김씨가 법조팀장으로 있던 시기에 한겨레 법조팀장을 역임한 기자들 가운데 전 신문총괄처럼 김씨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돈거래를 하거나 향응을 제공받은 사례를 확인하지 못했다. 또 타사의 경우도, 모든 법조팀장들이 김씨와 긴밀한 관계를 맺은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번 사건에는 ‘개인 일탈’이 바탕이 된 건 기본적 사실이며, 김씨의 접근에 경계심을 갖지 않은 전 신문총괄의 책임이 크다. 그는 자신의 돈거래를 “동료 기자와의 사적 거래”라고 주장하지만, 상식 수준을 넘어서는 거액의 돈거래가 순전히 ‘사적 친분’, ‘선의’에 의해 이뤄질 수 있다는 주장은 대중을 납득시킬 수 없다. 기자가 아니었으면 얻을 수 없는 혜택이었다.

진상조사위는 이번 사건과 법조기자단이 직접 관련돼 있다고 보긴 힘들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진상조사위는 법조라는 출입처의 특성과 구조에 주목한다. 이번 사태가 일어나게 된 바탕인 두 사람의 사적 친분은 법조기자단에서 출발했다. 금전거래 사실이 드러난 다른 언론사 기자들도 모두 법조팀장을 지냈다. 따라서 이들의 금전거래에 법조기자단의 존재를 무시할 수는 없다. 법조기자단은 기자이자 부동산 사업가인 김씨가 20여년간 활동해온 환경이자 토양이었기 때문이다. 법조로 통칭되는 검찰과 법원은 특정 행위의 위법 여부를 판가름하는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 그래서 돈과 권력의 집중도가 매우 크다. 김씨는 장기간 법조에 출입하며 출입기자 명함을 앞세워 법조인과 정치인, 동료 언론인까지 향응 및 금전거래로 환심을 사려 했다. 김씨가 대장동 개발사업에 뛰어들 수 있었던 것도, 남욱·정영학 등 다른 대장동 사건 관련자들에게 위세를 부리며 금전적 이득을 얻을 수 있게 된 것도 모두 오랜 법조기자 이력 및 쌓아온 법조 인맥과 분리해서 생각하기 어렵다. 또 김씨가 법조기자들에게 지속적으로 호의를 베푼 데에는 향후 예상되는 언론 보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독자와 시민들의 비판적 시선이 커진 데는 법조기자단에 대한 기존의 문제의식이 겹쳐진 측면도 있을 것이다. 수사 단계에 있는 확정되지 않은 피의사실을 사실관계 확인 없이 그대로 받아쓰는 문제, 까다로운 가입 절차로 제한된 수의 언론만 출입하는 폐쇄성과 그로 인한 정보 독점에 대한 비판이 더해졌다. 이로 인해 공판 중심 보도를 지향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이번 사건이 터진 이후, 시민들이 개인보다 법조기자단에 주목한 데에는 법조기자단에 대한 대안을 찾지 못한 채 과도기에 머물러 있는 한국 언론에 대한 불신과 비판이 투영돼 있다. 법조기자단의 전반적인 문제를 진단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일은 이번 진상조사위의 범위를 벗어난다. 또 이는 한겨레를 넘어 전체 언론계 차원의 논의가 필요한 문제이다.

편집국 간부의 김만배 사건 관련 진상조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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