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언론사에게 요구되는 것은 디지털 전환, 특히 인공지능(AI) 시대에 맞는 뉴스의 혁신이에요. 다만 혁신의 동력을 각 언론사가 만들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조선일보> <한겨레>라 해도 기업 규모로 치면 너무 작은데다 과거처럼 신문만 만들면 되는 게 아니라 이제는 온라인 대응까지 해야 하잖아요. 따라서 ‘언론 스스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게 출발점이 돼야 합니다.”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지난 10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앞으로 언론인에게는 각 영역별 전문성과 강한 규범의식에 더해 수준 높은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이 요구될 것”이라며 “데이터 시각화나 코딩 관련 능력을 자신의 전문 분야와 결합시키고 그 과정에서 다른 이들은 미처 찾아내지 못한 의미를 추출하는 능력 등을 키워내려면 기존의 언론사 수습기자 교육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가 최근 예비 언론인을 위한 대학 내 저널리즘 스쿨 설립에 매달리는 이유다.
윤 교수가 저널리즘 스쿨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된 계기는 2021년 9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한 신문사 편집국을 직접 들여다본 경험에서 비롯한다. 그는 그곳에서 소중한 희망의 근거와 ‘레거시 미디어’가 처한 한계를 동시에 목격했다. 그는 “신문사 부장 이상은 언론사를 선택한 이유도 분명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신념도 강한데, 갈수록 심화하는 언론의 위기 속에서 이제 너무나도 지쳐 있었다”며 “선배들 자신이 간신히 버티는 수준이다 보니, 후배들이 미래에 대해 어떤 고민을 안고 있는지 뻔히 알면서 선뜻 손을 내밀지 못하는 게 보였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신문 마감을 앞두고 제목 한 줄, 단어 하나를 놓고 끝까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은 채 밤늦게까지 논쟁하는 편집국 구성원들을 보며 “아직 희망이 있다”고 했다. “많은 이들이 1인 미디어나 유튜브 등의 등장 이후 ‘종이신문은 끝났다’고 했지만 악착같이 사실에 집착하고 밤늦은 시간까지 최적의 단어와 표현을 찾아내려고 노력하는, 굉장히 강한 규범에 기반한 (언론인의) 전문직주의야말로 여전히 사회적 소통체계의 중심”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국내 대표적인 보수 언론학자로 꼽히는 윤 교수는 자신의 책 <미디어 거버넌스> 서문에서도 “그 모든 한계에도 불구하고, 미디어가 이 사회의 유일한 희망”이라고 쓴 바 있다. ‘종이신문의 위기’, ‘미디어의 위기’라는 말이 새삼스럽게 다가오지 않는 현실 속에서 그 희망을 ‘끝까지 지키기 위해’ 그가 고민 끝에 찾아낸 해답은 결국 교육이다. 당장 2025년까지 서울대 안에 1년 과정의 저널리즘 스쿨을 만들어 각 언론사 합격자를 위한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는 것이 그의 목표다.
“짧은 영상 쇼츠(Shorts)가 처음부터 (대중에게) 통할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러면 100개든 1000개든 계속 연구해보고 이용자에게 던져봤더니 ‘아 이거 통하네’, 그런 실험을 해봐야 하잖아요. 그걸 한겨레가, 조선일보가 어떻게 단독을 하겠습니까. 한두번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계속은 할 수 없습니다. 그런 걸 하라고 만든 곳이 바로 대학이라는 겁니다.”
윤 교수는 저널리즘 스쿨 설립을 위한 초기 비용으로 100억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언론은 굉장히 공적 성격이 강한 사회적 가치재인 만큼 국가가 저널리즘 스쿨 설립을 적극 지원해주기를 바란다”며 “저널리즘 스쿨을 통해 시대가 요구하는 언론인을 양성하는 것이 미디어 혁신, 언론 혁신의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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