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가운데)이 <티브이조선> 재승인 심사 과정을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 지난 22일 오전 서울 북부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구속 영장을 청구하면서 <티브이조선> 재승인 심사 과정에 대한 검찰 수사도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2020년 재승인 심사 당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쪽에서 심사위원장을 통해 티브이조선의 평가 점수를 낮추라고 일부 심사위원에게 요구했고, 그 결과가 심사에 반영됐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29일 영장실질심사를 앞둔 한 위원장의 구속 여부와 관계없이 이미 두 명의 방통위 관계자 등이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만큼, 티브이조선 재승인 과정 전반에 대한 법적 공방은 불가피하게 됐다.
티브이조선은 2020년 3월 합숙 형태로 진행된 재승인 심사 당시 문제가 된 ‘방송의 공적 책임 및 공정성’ 항목에서 과락 기준선(210점 만점의 50%인 105점)에 못 미치는 104.15점을 얻었다. 이 항목에서 과락이 나오면 해당 방송사는 ‘재승인 거부’나 ‘조건부 재승인’ 대상이 되는데, 방통위는 티브이조선에 재승인 거부가 아니라 기간을 1년 줄여 3년짜리 조건부 재승인을 내줬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일부 심사위원이 합숙 마지막 날 해당 항목의 점수를 수정한 사실이 채점표를 통해 드러났고, 여기에 방통위 일부 관계자와 한 위원장 등의 공모·요구가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종 평가에 앞서 점수를 파악한 방통위 쪽에서 일부 심사위원에게 이를 알려주고 점수를 낮춰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심사에 참여했던 이들은 점수 수정이 심사위원의 고유 권한이자 통상적인 과정일 뿐 검찰과 일부 언론이 주장하는 ‘조작’과는 거리가 멀다고 반박한다. 채점표에 남아 있는 점수 수정 흔적은 “심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평가점수 변경 과정까지 모두 기록하자는 방통위 지침에 따른 것”이라는 게 이들 설명이다. 점수 수정 과정에 방통위의 요구가 있었다는 검찰 쪽 주장에 대해서는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고 거듭 밝혔다.
2017년 종합편성채널(종편) 재승인 심사에 참여했던 한 학계 인사는 “심사위원이 각자 심사 자료를 보고 가채점을 한다 해도, 다른 분야 전문성을 지닌 심사위원이 모두 참여하는 사업자 의견청취 등을 거치며 최종 단계에서 점수가 수정되는 일은 흔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청사에 있는 방송통신위원회. 최성진 기자
검찰은 지난해 9월 방통위 압수수색 영장에 평가 점수 수정 요구가 ‘티브이조선에 대한 재승인을 막고자’ 하는 배경에서 비롯했다고 적시했다. 일부 언론은 ‘방통위 핵심 라인이 (문재인) 정권 마음에 들지 않는 종편을 손보기 위해’ 벌인 ‘범죄 행위’라고까지 주장했다.
다만 2020년 티브이조선 재승인 심사 결과는 보수 정부 시기에 이뤄진 두 차례 재승인 심사 결과에 견줘 큰 차이가 없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첫 재승인 심사와 황교안 대통령 권한 대행 시기였던 2017년 재승인 심사에서도 티브이조선은 ‘방송의 공적 책임 및 공정성’ 항목이 문제되어 4년이 아닌 3년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2014년 재승인 심사에서는 “보도 공정성과 중립성을 제고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왔고, 2017년 심사에서는 아예 총점에서 재승인 기준 점수(650점)에 못 미치는 625.13점을 얻는 데 그쳤다. 그때마다 언론·시민단체는 방통위가 재승인 거부를 의결했어야 마땅했다며, 조건부 재승인이 외려 ‘종편 특혜’라고 비판했다.
2020년 재승인 심사를 앞두고 방통위가 접수한 시청자 의견(2019년 12월20일부터 한 달간)에서도 티브이조선의 정치적 편향성 문제가 많이 거론됐다. 종편·보도채널 4개사에 대한 의견 3만2336건 가운데 1만7126건(53%)이 티브이조선에 집중됐다. 또 티브이조선에 대한 의견의 약 75%는 공정성 등과 관련한 부정적 의견이었다. 당시 티브이조선의 공정성 평가점수를 수정한 위원 중 한 명은 그 이유 가운데 하나로 “방통위에 접수된 시청자 의견이 워낙 부정적이었다는 점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아래는 티브이조선 재승인 심사 과정 및 결과를 기록한 백서에 소개된 대표적 시청자 의견이다.
•가짜뉴스의 발원지로 사회 불안을 야기하는 이런 방송사는 폐지되어야 한다. 사회의 분열을 조장하고 균형이 전혀 없는 언론의 존재는 좌와 우 진영을 점점 더 멀어지게 만든다.
•편파적 시각으로 극단적인 여론 형성에 몰두하는 해로운 방송국이다. 반드시 퇴출시켜 국민의 올바른 알권리를 침해받지 않도록 해주시길 바란다.
2020년 재승인 심사위에 출석한 당시 김민배 티브이조선 대표도 위원들 앞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공정성·균형성 측면에서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 계속 고쳐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공정성·공익성 측면에서) 이전 3년에 비해서는 진일보했다고 자평한다”면서도 “그러나 아직도 더 정비하고 업그레이드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이 저희의 솔직한 진단”이라고 말했다. 또 “티브이조선에 대해서 정치적 편향성이 있다는 문제제기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문제제기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