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정부과천청사에 있는 방송통신위원회. 연합뉴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임기 만료로 퇴임한 안형환, 김창룡 전 위원의 빈자리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 추천인 안 전 위원의 후임 임명을 거부하고 있는데다, 대통령 본인 몫의 김 전 위원 후임 지명도 뚜렷한 이유없이 늦추고 있어서다. 전체 5명의 상임위원 중 2명이 빠져 3인 체제가 된 방통위의 파행 운영이 당분간 불가피한 상황이다.
12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방통위는 현재 상임위원 간담회 등 일정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방통위는 매주 월요일 위원장 등 5인의 상임위원 간담회를 거쳐 수요일 전체회의를 여는데 이번 주에는 둘 다 열리지 않았다. 몇주째 한상혁 위원장에 대한 검찰 조사와 영장실질심사 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안형환·김창룡 전 위원의 후임 임명마저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방통위원 공백 사태의 시작은 야당이 지난달 20일 안 전 위원의 후임으로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내정하고, 30일 해당 안건을 국회 본회의에서 단독 의결한 데서 비롯한다. 민주당은 안 전 위원이 과거 야당이었던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추천 몫이었던 만큼 야당이 추천하는 게 당연하다는 태도인 반면, 국민의힘은 자신들에게 추천권이 있다고 맞섰다. 국민의힘은 최 전 의원의 정치적 성향과 과거 한국정보산업연합회 상근부회장을 지내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다는 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유죄를 확정받은 이력 등도 문제삼고 있다.
대통령실도 당분간 최 전 의원 임명을 거부하겠다는 기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최 전 의원 임명 여부와 관련해 “방통위원으로서 적절하지 않다는 게 다수 의견”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해야 하는 김창룡 전 위원의 후임에 대해서도 최 전 의원 논란과 한상혁 위원장에 대한 검찰 수사 상황 등을 지켜보며 지명 시기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원은 총 5명으로 구성되는데, 대통령이 위원장 포함 2명을 지명하고 나머지 3명을 국회의 추천(여 1명, 야 2명)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다. 지난 5일 퇴임한 김 전 위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명했다.
민주당은 대통령실과 여당이 합리적이지 않은 이유로 ‘방통위 무력화’를 꾀하고 있다며 반발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야당 간사인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최 전 의원에 대한 법적 결격사유가 있냐 없냐를 따지는 것도 아니고 이런 식으로 임명을 거부한다면 야당 추천이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며 “특히 윤 대통령은 최 전 의원 건과 별개로 본인 몫인 김창룡 전 위원의 후임도 지명하지 않고 있는데 결국 이는 방통위를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성진 배지현 기자
cs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