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진흥재단(언론재단)이 범기영 <한국방송>(KBS) 기자를 국외 연수 대상자로 선정했다가 취소한 일로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언론재단이 다음 달 이사회에서 이번 취소 결정의 적절성을 정식 안건으로 다룰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언론재단은 26일 “지난주 이사회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범기영 기자 연수 취소 건을) 이사회 의결 안건으로 다룰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재단의 다음 이사회는 5월 중순에 열릴 예정이다.
앞서 언론재단은 지난 4일 범기영 기자 등 5명을 ‘2023년 언론인 해외장기연수자’로 선정·발표했으나, 일주일 뒤인 11일 돌연 범 기자에 대한 선정을 취소했다. 언론재단의 연수자 선발은 별도의 심사위원회가 맡는데, 범 기자에 대한 선정 취소 결정은 재단 임원들이 직접 내렸다. 범 기자가 지난달 16일 한일정상회담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총리 관저에서 의장대를 사열하는 모습을 생중계하며 오보를 냈다는 게 이유였다. 당시 그는 방송에서 “일장기를 향해서 윤 대통령이 경례하는 모습”이라며 “의장대가 우리 국기를 들고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후 잘못을 파악한 범 기자와 한국방송은 몇 차례에 걸쳐 “화면에 일장기만 보여 상황 설명에 착오가 있었다”며 사과했다.
문제는 이미 재단 심사를 거쳐 국외 연수 대상자로 선정·통보한 사람에 대해 언론재단 임원들이 나서서 이를 번복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전례가 없는 일인데다 관련 규정조차 없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었다. 지난 19일 재단 이사회에서 다수의 비상임이사들도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사회에 참석한 한 비상임이사는 “비상임이사 5명 중 대다수가 ‘오보 당사자에 대한 선정 취소 관련 규정 등이 없으면 적용 못하는 것이지, 왜 이런 무리한 결정을 내려 문제를 키우는가’ 등 재단 결정의 절차적 문제를 집중적으로 따졌다”고 전했다. 또 그는 “비상임이사들의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재단 쪽에서 연수자 선정 취소의 타당성에 대한 법적 검토와 다음 이사회에 이번 사안을 안건으로 올릴 수 있는지에 관한 검토 결과를 보고하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언론재단 이사진은 이사장을 비롯한 상임이사 4명, 비상임이사 5명, 비상임감사 1명 등 총 10명으로 꾸려진다.
한편 범기영 한국방송 기자는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재단의 일방적인 연수자 선정 취소 결정은 내용상 굉장히 부당하고 절차상 하자도 크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재단의 연수자 선발 취소 처분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과 관련해서는 “어쨌거나 (보도에서) 제 실수가 있었던 것이 맞는 만큼, 제 개인의 이익을 찾기 위해 법적 대응까지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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