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겨레 자료사진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 몫의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상임위원으로 서울대 법대 입학 동기인 이상인 변호사를 최근 임명한 가운데, 지난 3월 야당이 안형환 전 상임위원의 후임으로 추천한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해서는 구체적 이유도 제시하지 않은 채 한 달 넘게 임명을 거부하고 있다. 한상혁 위원장 불구속 기소에 이어 안 전 위원의 후임 임명 지연까지 겹치며 방통위 파행이 거듭되고 있다.
지난 3월30일 야당 몫의 방통위 상임위원으로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추천하는 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국민의힘은 최 전 의원의 ‘정치적 편향성’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 한국정보산업연합회 상근 부회장을 지낸 점 등을 문제 삼으며 반대했다. 그 가운데 여당이 가장 문제로 꼽는 건 최 전 의원의 한국정보산업연합회 부회장 이력이다. 이 단체는 100여개의 정보통신(IT) 관련 기업과 단체가 모인 민간협회로, 이동통신 3사도 포함돼 있다.
여당은 최 전 의원이 이 단체 부회장을 지내며 통신사의 이익을 대변해온 만큼, 그 이력이 공정성과 독립성을 요구받는 방통위 상임위원의 결격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행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방통위법)을 보면 ‘방송·통신 관련 사업에 종사하거나 위원 임명 전 3년 이내에 종사하였던 사람’(10조 결격사유)은 위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 전 의원의 이력은 여기서 말하는 ‘방송·통신 관련 사업에 종사’한 것에 해당한다는 게 여당 주장이다.
여당이 최 전 의원 임명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사이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김창룡 전 상임위원의 후임으로 이상인 변호사를 임명했다. 김 전 위원보다 먼저 임기를 마친 안형환 전 위원의 후임 임명은 외면한 채 자기 몫의 방통위원 임명만 처리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방통위는 현재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명한 한상혁 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추천 김현 위원, 그리고 국민의힘이 추천한 김효재 위원과 이번에 윤 대통령이 임명한 이상인 위원까지 2대2 구도가 됐다.
또 최 전 의원의 한국정보산업연합회 부회장 이력이 방통위 상임위원의 결격 사유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현재 법제처가 법령해석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1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이 방통위에 최 전 의원의 해당 이력이 방통위법에서 정한 ‘결격 사유’에 해당하는지 자료제출을 요구하자, 방통위는 이틀 뒤인 13일 법제처에 이에 대한 법령해석을 요청했다. 법제처의 회신은 9일까지 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야당은 여당의 ‘결격 사유’ 주장이 방통위법에 대한 일방적 해석일 뿐이라며 맞서고 있다. 과방위 야당 간사인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여당이 최 전 의원의 한국정보산업연합회 근무 이력을 문제 삼고 있지만, 이는 관련 법령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무성의한 주장”이라며 “법제처에 법령해석을 요구한다는 것도 다음 방통위원장을 임명하기 전까지 어떻게든 시간을 끌면서 방통위를 불능화하겠다는 정략적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방통위법에서 말하는 ‘방송·통신 관련 사업에 종사하거나 3년 이내에 종사했던 사람’의 범위는 대통령령에서 구체적으로 정해두고 있는데, 여기서 통신 관련 결격 사유 해당자를 에스케이텔레콤(SKT)이나 케이티(KT), 엘지(LG)유플러스 등 기간통신사 종사자로 못 박고 있다는 주장이다. 비영리 민간단체인 한국정보산업연합회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 전 의원의 이력에 대한 법제처의 법령 해석이 또 다른 논란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법인 이공의 양홍석 변호사는 “최 전 의원의 이력과 관련해 이해충돌의 우려 등을 들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법률상 규정된 결격 사유를 엄격하게 해석하면 최 전 의원의 경우 법적 결격 사유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법제처에서 어떤 법령 해석 결과를 내놓을지 모르겠지만 만약 최 전 의원의 결격 사유가 인정된다고 한다면, 이는 앞으로 현 정부가 임명하게 될 모든 공공기관이나 공직 유관기관의 임원들에게도 적용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최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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