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미디어

언론단체·건설노조 “양회동 분신 왜곡 보도 조선일보 규탄”

등록 2023-05-17 16:17수정 2023-05-17 16:33

건설노동자 고 양회동씨의 분신 사망 당시 현장에 있던 동료가 양씨의 분신을 방조한 것 아니냐는 취지의 <조선일보> 기사가 나온 뒤 17일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과 자유언론실천재단 등 언론단체와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 등이 “유가족과 목격자에 대한 2차 가해이자 반인륜적 왜곡 보도”라며 일제히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조선일보 보도와 달리 양씨의 동료는 분신 시도를 만류했으며, 현장에 다가가지 못한 것은 양씨가 자신의 몸과 주변에 휘발유(시너)를 뿌려둔 채 다른 사람의 접근을 막았기 때문이라는 목격자의 진술도 나왔다.

앞서 조선일보는 16일 오전 ‘건설노조원 분신 순간, 함께 있던 간부는 막지도 불 끄지도 않았다’ 제목의 디지털 기사를 내보냈다. 지난 1일 양씨의 분신 당시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지부 소속 간부인 ‘양씨의 상급자 에이(A)씨’가 사건 당시 “가만히 선 채로 양씨를 지켜봤다”는 것이 기사의 핵심 내용이다. 이 매체는 ‘당시 상황을 본 다수의 목격자’ 전언임을 밝히며 “A씨는 양씨의 분신 준비 과정을 눈앞에서 지켜보면서도 단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았고, 어떠한 제지의 몸짓도 보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시시티브이(CCTV) 화면으로 추정되는 사진 밑에도 “건설노조 간부 A씨가 (시너를 다 뿌리고 불을 붙이기 전의) 양씨를 바라만 보고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조선일보는 이런 정황을 토대로 “해당 사건에 대한 취재 결과 ‘극단적 선택 그 자체’가 아니라 ‘당시 사건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대처’에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보도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알렸다. 이 매체는 거의 같은 기사를 다음날 지면에도 실었다.(‘분신 노조원 불붙일 때 민노총 간부 안 막았다’, <조선일보> 17일치 10면)

하지만 사건 당시 현장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목격한 <와이티엔>(YTN) 취재기자의 설명은 조선일보 보도와 사뭇 다르다.  당일 ‘제보할 게 있다’는 양씨의 연락을 받고 현장을 찾은 와이티엔 기자는 이날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당시 현장에서 A씨가 누군지는 몰랐지만 양씨와 같은 노조 조끼를 입고 있었기에 동료라는 사실은 파악하고 있었다”며 “워낙 짧은 순간 일이 벌어져 경황이 없긴 했지만, A씨가 ‘형 도대체 왜 이래’ 등 전반적으로 굉장히 안타까워하며 말리는 취지로 발언을 한 것이 기억나고 또 경찰에서도 그렇게 진술했다”고 밝혔다.

A씨가 현장에서 양씨 곁으로 다가가지 못한 것은 당시 양씨가 이미 자신의 몸과 주변에 시너를 뿌려둔 사실을 밝히며 다가오지 말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라는 증언도 나왔다. 와이티엔 기자는 “현장에 도착했을 때 위험한 상황이라는 걸 직감하고 ‘선생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라며 한 발자국을 다가서려 하자 양씨가 ‘내 주변에 이미 휘발유(시너)를 뿌려놨다. 위험하니 다가오지 마라’고 했다”며 “이와 동시에 머리에 또다시 시너를 부은 뒤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기사에서는 A씨가 몸에 시너를 뿌리는 양씨를 지켜만 본 것으로 묘사됐으나, 양씨는 와이티엔 취재진과 A씨 앞에서 시너를 뿌리기에 앞서 이미 자신의 몸과 주변에 시너를 뿌려둔 상태였다는 뜻이다.

&lt;조선일보&gt; 5월17일치 10면.
<조선일보> 5월17일치 10면.

현장을 직접 목격한 와이티엔 취재 기자의 증언을 종합하면, 익명의 목격자 전언과 CCTV 화면에 대한 해석에 근거한 조선일보 기사와 달리 A씨가 ‘가만히 선 채로 양씨를 지켜만 봤다’거나 이를 바탕으로 A씨의 대처에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현장을 지켜본 YTN 기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A씨가 양씨를 말리는 말을 했다’고 진술했다”면서도 기사의 전체적 맥락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이 발언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았다.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언론노조 등은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여론을 선동하기 위한 거대 언론의 혐오범죄이자 2차 가해”라며 “조선일보와 이에 가담한 모든 세력에 법적 대응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잘못된 보도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명예훼손 고소와 기사에 대한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도 예고했다.

김준태 건설노조 교육선전국장은 “A씨는 열사의 분신을 말리려고 했다. 양회동 열사는 목격자와 조우하기 전 이미 휘발성 물질을 자신의 몸과 주변에 뿌린 상황이었다”며 “조우 당시 열사가 한 손에는 라이터를 손에 쥐고 있었고 다른 한 손에는 휘발성 물질을 들고 있었다. 다가오지 말라는 열사의 경고에 따라 A씨는 섣부르게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불의의 사고에 대비해 열사를 대화로 설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옆에 있는) 건설노조 위원장이 악의적인 조선일보 보도로 갈가리 찢긴 상처와 마음을 부여잡고, 이 자리에 계신 언론노동자들에게 취재 와서 고맙다고 말하는 모습을 보며 참담함과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아무도 사과하지 않으니 저라도 사과하겠다. 양회동 조합원과 그 주변 동지들, 유족들께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원로 언론인들도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윤석열 정권의 건설노조 탄압과 조선일보의 보도 태도를 규탄했다. 민주노총 초대 위원장을 지낸 권영길 지도위원은 “건설노동자 양회동은 스스로 목숨을 던졌지만 그것은 윤석열 정권과 조선일보 같은 언론이 발맞춰 저지른 국가폭력·언론폭력이자 사회적 살인”이라며 “조선일보의 보도 태도는 인간에 대한 모독이며 반인륜적 범죄”라고 말했다.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명예이사장은 “노동조합과 노동자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몸을 불사른 양회동 열사의 이렇게 왜곡하고 짓밟는 조선일보의 작태를 보면서 언론인 경력을 지닌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노동자의 최소한의 삶의 근거인 노동조합을 이런 방식으로 짓밟으려는 것을 용납해선 안 된다. 응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이재명 ‘선거법 판결’, 내년 중 확정될 수도…대법 ‘기한 준수’ 강조 1.

이재명 ‘선거법 판결’, 내년 중 확정될 수도…대법 ‘기한 준수’ 강조

이재명 산 넘어 산…‘의원직 상실형’ 이어 재판 3개 더 남았다 2.

이재명 산 넘어 산…‘의원직 상실형’ 이어 재판 3개 더 남았다

‘입틀막’ 경호처, 윤 골프 취재하던 기자 폰 강제로 뺏어…경찰 입건도 3.

‘입틀막’ 경호처, 윤 골프 취재하던 기자 폰 강제로 뺏어…경찰 입건도

[단독] 용산-김영선 엇갈리는 주장…김 “윤·이준석에 명태균 내가 소개” 4.

[단독] 용산-김영선 엇갈리는 주장…김 “윤·이준석에 명태균 내가 소개”

한국 부유해도 한국 노인은 가난…78%가 생계비 때문에 노동 5.

한국 부유해도 한국 노인은 가난…78%가 생계비 때문에 노동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