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희 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가 지난 19일 제주도 신화월드에서 열린 한국언론학회 학술대회에서 지상파 재송신료 이용대가 개선 방안에 관한 발제를 하고 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제공
넷플릭스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급성장으로 정체를 겪고 있는 유료방송 업계를 중심으로 지상파 콘텐츠 이용대가가 너무 높다는 문제제기가 나왔다. 케이블티브이(TV)와 아이피티브이(IPTV) 등 플랫폼 사업자의 가입자가 더 이상 크게 늘지 않는 상황에서, 재송신료를 거듭 인상하는 것은 전체 방송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유료방송 사업자는 지상파 콘텐츠를 받아 내보내는데, 그 대가를 가입자당 월 재송신료(CPS) 형태로 지상파 사업자한테 지급한다.
김용희 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는 지난 19일 한국언론학회 학술대회에서 “현재 유료방송 시장의 문제점은 오티티 등과의 경쟁 심화로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을 높일 수 있는 여력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투입 요소 비용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플랫폼 사업자들의 역성장과 가입자 증가 정체 상황에서 프로그램 사용료의 과도한 인상은 시장구조에 악순환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매출 구조가 뻔한 상태에서 지상파에 내는 재송신료 부담이 커지면, 유료방송 사업자로서는 그만큼 홈쇼핑 사업자한테 받는 송출 수수료 의존도를 높이게 된다는 이야기다.
유료방송 업계의 성장세 둔화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의 지난 17일 발표를 보면 지난해 하반기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수는 3624만8397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대비 24만명(0.67%) 늘어나는 데 그친 것이다. 사업자 유형별로 보면 아이피티브이 가입자(2056만여명)만 상반기 대비 1.79% 늘었을 뿐, 케이블티브이(1272만여명)와 위성방송(295만여명)은 각각 0.74%, 0.82%씩 줄었다.
가입자 감소와 더불어 유료방송 플랫폼을 통한 에프오디(FOD), 곧 ‘지상파 무료 브이오디(VOD·주문형비디오)’ 이용건수도 줄었다. 이와 관련해 김 교수는 “2013년 이후 지상파 콘텐츠의 이용률 변화 등을 고찰한 결과, 지상파 콘텐츠의 가치가 52.69% 하락했고, 지상파 무료 브이오디의 가치는 68.68%나 떨어졌다”며 “지상파 콘텐츠가 유료방송 플랫폼의 상품성을 높이는 중간재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유료방송 시장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콘텐츠 거래 질서 확립의 대안으로 ‘지상파 콘텐츠의 가치 재평가’와 ‘채널 성과와 연동된 프로그램 사용료 배분 정책 마련’, ‘공정한 거래 환경 조성’ 등을 제시했다. 그는 “지상파나 종편의 경우 프로그램 사용료 및 채널 배정에 대한 적정 산정 기준이 없이 협상에 임하고 있다”며 “지금처럼 이용량 기준 또는 시장 영향력에 의한 협상이 아닌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사용료 협상 기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김 교수는 공정한 콘텐츠 거래 질서 확립을 위해서는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기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등은 유료방송 시장 콘텐츠 공급 절차·대가를 둘러싼 사업자간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 ‘방송채널 대가산정 협의체’를 운영해왔다. 그는 “콘텐츠 대가 산정 기준의 협상 절차 등만 마련된다면 당사자 간 자율협상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나 지상파와 종편 등이 유료방송 플랫폼에게, 또 유료방송 플랫폼이 중소 피피(PP·방송채널사용사업자)에게 비대칭적 협상력을 행사하는 것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모니터링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가입자 감소만이 아니라 지상파 무료 브이오디 이용도 급격히 줄고 있는 만큼 새로운 방송환경에 맞는 기준 마련이 시급한데, 지상파 사업자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콘텐츠 대가산정 협의체에도 제대로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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