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을 겪고 있는 <국제신문> 노동자들이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능인선원 앞에서 회사 정상화를 요구하며 상경 투쟁을 벌이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국제신문지부 제공
부산·경남 지역의 대표적 일간지 중 하나인 <국제신문>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전국언론노동조합 국제신문지부가 대주주인 재단법인 능인불교선양원(능인선원)을 상대로 정상화 방안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표이사의 사임으로 빚어진 경영진 공백 사태와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해 재단이 적극 나서든지, 아니면 회사 매각 계획을 조속히 밝히라는 것이 이들의 요구다.
김승주 국제신문지부장은 1일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23일 조합원 긴급총회를 열어 비대위 전환을 의결한 뒤 26~27일 서울 능인선원 앞에서 상경투쟁을 벌였다. 이와 관련해 재단 쪽에서는 이달 중 대주주와의 면담 일정을 제시하는 등 우리 쪽 요구안을 상당 부분 받아들여 일단 투쟁을 접고 대주주와의 면담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국제신문은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실적 악화 등으로 임금(상여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등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상태다. 지난달 말에는 만기가 도래한 어음을 갚지 못해 부도 직전까지 몰렸으나, 대주주의 긴급 지원으로 위기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국제신문의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계와 부채총계는 각각 약 63억원, 298억으로 부채가 자산을 훨씬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동부채(182억원)의 유동자산(37억원) 초과액은 145억원에 이른다.
특히 국제신문은 전임 배재한 사장이 지난 4월 경영난 극복 실패에 따른 책임을 지고 물러난 뒤 석달째 후임을 임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해 김 지부장은 “회사가 어려운 가운데 대표이사 공백 사태가 몇달째 이어지고 있다”며 “대주주가 국제신문을 제대로 이끌어 가고자 한다면 대표이사 임명이나 재정 지원 등 회사 정상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든지, 그게 아니라면 회사 매각 계획을 분명히 밝히라는 게 노조의 요구”라고 말했다.
국제신문의 대주주는 재단법인 능인불교선양원 대표이자 능인선원 원장인 지광스님(지분 77.4%)이다. 기자 출신인 지광스님은 2006년 국제신문이 추진한 증자작업에 55억원을 출자하면서 최대주주가 됐다.
최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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