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3일 오전 서울 삼청동 감사원 출석에 앞서 기자들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3일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에 대한 해임 처분사전통지서를 송달하면서 해임안 처리를 위한 청문 절차를 공식적으로 개시했다. 방통위가 사전에 예고한 방문진 현장 검사·감독을 하루 앞두고 이뤄진 일이다. 이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는 “‘방송 장악’에 눈이 먼 윤석열 정권의 만행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방통위와 방문진 설명을 종합하면 방통위는 이날 오전 11시께 방문진 사무처를 찾아 권 이사장 해임 처분사전통지서를 송달했다. 같은 시각 권 이사장은 이미 예정된 감사원 소환 조사에 응하고 있어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방통위는 권 이사장과 함께 해임 대상에 오른 김기중 이사한테도 통지서를 보내려 했으나, 김 이사는 권 이사장과 달리 방문진 상임이사가 아닌데다 연락이 닿지 않아 송달을 완료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통위는 이날 오전 통지서 송달이 이뤄진 만큼 권 이사장 해임안 처리를 위한 청문 절차가 공식적으로 개시된 것으로 판단하고, 이르면 오는 14일께 청문을 실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해임 청문을 하려면 적어도 열흘 전에는 당사자한테 청문 절차 개시를 통보해야 한다. 이 경우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의 퇴임(8월23일) 전인 16일 전체회의에서 해임안 의결을 시도할 수 있다. 권 이사장에 앞서 해임 절차를 밟고 있던 남영진 한국방송(KBS) 이사장에 대한 해임제청안도 같은 날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의 이런 행태와 관련해 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어 “감사원이 진행 중인 (방문진) 감사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방통위가 예고한 방문진 실지 검사·감독은 시작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먼저 해임을 하겠다고 통보했다”며 “수사 진행 중에 최종 선고를 해버리는 무법적 횡포이자, 말 그대로 ‘묻지마’ 해임”이라고 비판했다.
권 이사장도 이날 보수 언론단체의 청구에서 시작된 감사와 관련해 감사원에 출석하며 “방통위가 최소한의 법적 절차도, 근거도 없이 방문진 이사들에 대한 해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방통위가 정치적 목적에 의해 예정된 수순에 따라 해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는 근거”라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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