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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지역방송 설립, 선뜻 동의하지 못한 까닭은

등록 2023-09-05 14:30수정 2023-09-05 18:51

[한선의 미디어전망대]
카메라. 방송국. 촬영. 게티이미지뱅크
카메라. 방송국. 촬영. 게티이미지뱅크

독설가로 알려진 방송인 김구라를 무장 해제시키는 방법이 있다. 자신도 인천 출신임을 밝히는 것. 예능 프로그램을 위한 캐릭터 설정도 한몫 하겠지만, 그의 인천 사랑과 애향심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대단해서 출연자들과 입담을 주고받거나 웃음 소재로 활용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처음에는 불편한 마음이 없지 않았다. 학연이나 지연의 폐해를 잘 알고 있던 터라 그의 고향 사랑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지역 사람 챙기기는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었다.

흥미로운 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그에게 길들여졌다는 점이다. 심지어 ‘서울공화국’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만큼 과도하게 중앙으로 집중된 한국 사회에서 지역의 존재 가치를 알리는 스피커 역할을 하는 것 같아 응원하는 마음까지 생겨났다.

그의 고향 인천에는 웬만한 광역시에서는 모두 운영 중인 한국방송(KBS) 지역총국이 없다. 문화방송(MBC)도 없다. 쉽게 말해 300만 인천시민을 위한 지역방송이 없는 셈이다. 광역자치단체 중 충청남도 관할구역 안에도 한국방송 지역총국이 없다. 한국방송이 수신료를 기반으로 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인천과 충남이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을 강조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에 인천은 지난 6월 ‘인천 방송주권찾기 범시민운동본부’를 발족했다. 이 단체는 2년여 전부터 방송주권찾기 캠페인을 전개해온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결성한 단체인데, 서울의 베드타운 정도로 인식되는 인천의 정체성 왜곡과 이미지 훼손을 회복하는 방안 중 하나로 지역방송 설립을 요구하고 있다. 지역총국 유치에 공을 들이는 것은 충남도 다르지 않다. 충남 공주에서 운영 중이던 공주케이비에스가 경영합리화를 위한 지역국 조정계획에 따라 2004년 대전총국에 흡수된 뒤, 케이비에스 충남총국 유치는 도지사들의 단골 공약사항이었다. 2011년에는 충남지역 혁신도시 안에 부지 매입까지 마무리했다. 또 지역총국 설립의 필요성을 다룬 연구가 마무리돼 이달 안에 주요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나에게는 별다른 연고가 없는 인천과 충남 이야기를 소개하는 것은 내가 지역방송에 관심을 두고 연구와 공적인 발언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딜레마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동안 지역방송에 관한 나의 관심과 발언은 당연하지만 내가 경험하고 관찰한 광주·전남 지역, 그러니까 내가 발 딛고 살고 있는 지역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그리고 비록 한정된 지역에 관한 분석이지만 그것이 보편적 지역성을 담보할 것이라는 전제를 의심치 않았다. 광주·전남에서 확인한 지역방송 현안에는 지역적 특수성이 어느 정도 스며들어 있겠지만 다른 지역에 적용해도 무관할 보편성이 담겨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두 지역에서 요구하는 지역방송 설립의 타당성과 중요성에 깊이 공감했다. 그런데도 선뜻 두 지역의 활동에 적극 참여하기 어려웠다. 인천은 10~11월 사이 세미나 개최를 준비한다면서 발표를 의뢰해 왔는데 정중히 거절했고, 충남은 전문가 자문을 부탁받았는데 현재 상황에서 지역총국 설립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완곡하지만 길게 작성했다. 어지러운 방송계 현안이 산적한데 불요불급한 일인지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그러면서 자문했다. 내가 인천과 충남에 살고 있었더라면 어떤 입장을 취했을까? 각자의 입장에 충실한 요구는 지역이기주의에 불과한 것일까? 내게는 김의철 해임 제청안, 권태선 해임안, 정연주 해촉안만큼이나 어려웠다.

한선 호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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