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력을 감시해야 하는 언론인이 하루아침에 정계로 진출하는 이른바 ‘폴리널리스트’들이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다시 나타나고 있어 비판 여론이 인다. 미디어 전문가들은 한국 언론의 낮은 신뢰도를 야기한 정언유착의 상징이라고 보고 있다.
14일 현재, 최근 정치권에 몸을 던진 언론인들은 박정훈 전 티브이(TV)조선 시사제작국장, 정광재 전 엠비엔(MBN) 앵커, 호준석 전 와이티엔(YTN)앵커, 홍영림 전 조선일보 데이터저널리즘 팀장, 한국방송(KBS)의 이영풍 전 기자∙이충형 전 인재개발원장, 허인구 지원(G1)방송 사장 등 7명이다. 최근 사표를 낸 티브이조선의 신동욱 앵커도 총선 출마설이 돌고 있다.
지난달까지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한 박정훈 전 국장은 지난 12일 국민의힘 예비후보(서울 송파갑)에 등록했고, 최근 지역구 출마(경기 의정부을)를 선언한 정광재(국민의힘 대변인) 전 앵커는 지난해 7월 엠비엔 앵커를 내려놓았다. 호준석 전 앵커는 지난달 퇴사한 다음 날 국민의힘 영입인재로 발표됐고, 홍영림 전 팀장도 같은 달 퇴직 하루 만에 여의도연구원장으로 직행했다. 이영풍 전 기자는 부산 서·동구, 이충형 전 원장은 충북 제천·단양, 허인구 전 사장은 강원 춘천에서 모두 국민의힘 소속으로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
최소한의 유예기간도 없이 정치권에 직행하는 행태를 두고 언론사 내부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나온다. 조선일보 노동조합의 조선노보는 지난 4일 “2022년 강인선 전 부국장은 사의 표명 사흘 뒤 대통령 당선인 외신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신동욱 전 TV조선 보도본부장의 출마설도 제기된다”며 “편집국 내부에서는 홍 전 팀장의 이직 과정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출입처 중심주의 시스템, 특정 정치 세력에 동조하는 보도 성향 등이 폴리널리스트를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임영호 부산대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는 “출입처 중심주의는 취재원과 유착이라는 윤리적 문제뿐 아니라 직업 전문성 결여라는 부작용을 낳는다”며 “전문성보다 출입처가 기자 정체성에 핵심 요소가 되고, 출입하는 권력기관의 위상과 자신의 위상을 동일시한 ‘잠재적 폴리널리스트’가 생겨난다”라고 짚었다.
국제적 기준으로 봐도 폴리널리스트 현상은 유독 한국에서 도드라진다. 고 김세은 강원대 교수(신문방송학)의 ‘2017년 ‘한국 폴리널리스트’의 특성과 변화’ 논문을 보면 언론인 출신 국회의원 비율은 21대 국회 8%로 완만한 하락세를 그려왔지만, 1∼5%대의 미국, 영국, 일본 등에 비해서 여전히 높다. 한국과 비슷한 나라로는 이탈리아(2009년, 12.4%)가 있는데, 김 교수는 “두 나라 언론의 공통점은 낮은 전문직화 수준과, 정파성”이라고 분석했다.
당사자들은 언론인에게도 정치적 신념을 추구할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고, 언론계의 경험이 정치 개혁에 기여할 수 있다고 항변한다. 정광재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한겨레와 통화에서 “불편부당하게 기자생활을 했다”며 “언론인으로서 자기 경험을 통해 우리 정치를 혁신하고자 나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정훈 전 국장도 “여당, 보수 정부의 권력 문제에 앞장서 비판해왔던 언론인이다. 그런 역할을 국회로 가져가겠다는 다짐으로 (정치권에) 왔다”고 말했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