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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이름값하느라 발바닥에 땀이 나죠”

등록 2006-05-26 21:01수정 2006-05-27 13:56

[하니바람] 스포트라이트
신윤동욱·강김아리·이유주현
부모성 함께 쓰는 기자 3인방

5인조 인기그룹 동방신기는 중국식 네글자 이름을 쓴다. 아시아 시장을 휩쓸겠다는 뜻이란다. <한겨레>에서도 네글자 이름을 쓰는 기자들이 있다. 이들이 왜 네글자가 됐는지, 이름값을 하는지 취재해 봤다.

신윤동욱(<한겨레 21>), 이유주현(24시팀), 강김아리(편집팀) 기자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모두 부모 성을 붙여 만든 네글자 이름을 쓰고 있다. 독자들에게 신선하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름과 더불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또 다른 수단은 옷매새가 아니던가. 인터뷰 당일 세 기자의 옷차림은 한겨레다운(?) 옷차림과는 거리가 멀었다. 신윤 기자는 헬스로 다져진 몸에 하늘색 드레스셔츠를 걸쳤다. 이에 질세라 이유 기자는 패션 리더들만이 소화할 수 있다는 아이보리 정장 차림으로 나타났다. 요새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강김 기자지만, 그가 입은 다홍색의 프렌치 코트에는 봄내음이 가득했다.

산뜻한 옷매무새만큼 발랄한 입담을 자랑한 세 기자의 이름 이야기. 먼저 신윤 기자. “내 이름은 마케팅 전략이었다”며 운을 뗐다. “1999년인가 입사시험 볼 때 이 이름을 사용해 효과를 봤죠(일동 웃음~). 물론 그 전에도 부모성을 같이 썼어요.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페미니즘에 관심이 있어요. 이름을 통해서 일종의 퍼포먼스를 하는 거에요. 그런데 언젠가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이름에 대해 묻기에 일종의 퍼포먼스를 한다고 하니깐 황당해 하더라고요.”

‘유리주현이 될 뻔했다’는 이유 기자. 2003년 말 어머니가 ‘너는 왜 내 성을 쓰지 않니?’라고 물으셨단다(일동, 어머님이 대단하시다고 웅성). “뭐 그래서 쓰게 됐어요. 처음에는 유리주현으로 할까 하다가 너무 공주틱하다 싶었고, 당시 나온 담배가 ‘레종’이었는데 이유가 영어로 ‘리즌’ 아니겠어요. 뭐 암튼 이렇게 네 글자 이름을 쓰기 시작했는데 하고 나서보니 불편하기 짝이 없었죠. 한 6개월 지나니까 나름대로 이점이 생기더라고요. 여자들은 호감을 가져주고, 아저씨들이 이름 넉자 기자라고 기억도 해주고 말이에요.”

요즘 건강관리에 여념이 없는 강김 기자. “2002년에 여성 담당 기자였는데, 어느 날 고은광순씨를 취재하러 갔는데 명함을 받자마자 그 분이 그러더군요. ‘왜 부모성을 함께 쓰지 않나요?’ 그날 집에 돌아오는 길이 2시간이었나? 암튼 그 시간 동안 부모성을 함께 쓰기로 했어요.”

‘강김?’ ‘김강?’ 강김 기자의 고민은 또 있었다. “앞에 나오는 성이 아버지 성이라고 생각하는데 ‘강’은 어머니 성이에요. 여기에 대해서 또 의문을 가지는 사람도 많은 데 단순히 발음상의 이유랍니다!!!”

강김 기자는 ‘강김’과 ‘김강’을 놓고 고민하다 당시 사회부원을 대상으로 투표를 했단다. 그런데 90% 이상이 강김아리가 발음이 낫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했다. 고은광순씨와는 그때 인연이 돼 강김 기자의 결혼식 주례도 서 주었다.

이름에 겨우 한 글자가 더해졌을 뿐이지만 이를 대하는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강김 기자가 00대학 총장과 인터뷰를 할 때였다. 명함을 받아든 그 총장은 “나라마다 전통이 있는데 이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차갑게 이야기했다고. 이유 기자는 “이름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판단할 수도 있다”며 네글자 이름이 사람 판단의 척도로도 유용하게 쓰인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꺼냈다. 신윤 기자는 “대개 취재원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밝히면 대개 신윤동 혹은 신동욱으로 받아들인다”며 “그럴 때마다 자신의 이름에 대해 설명을 하긴 하지만 시골의 할머니에게도 그렇게 설명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헷갈린다”고 말했다.

세 기자가 만든 기사와 편집을 꼼꼼히 찾아봤다. 이름이 네자인 기자들. 이름만으로 눈길을 끄는 것은 아니었다. 발로 뛰며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 취재력과 재기발랄한 필력,깔끔한 편집으로 한겨레를 빛내고 있는 점이 더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래서 결론은, “이름이 네글자 기자들이 이름값을 한다”였다.

더 많은 정보를 원하시나요? 그럼.

Q)성을 두 글자로 쓰게 되면 아이들의 성은 어떻게 해야 하나?

A)애들이 어떤 성을 쓸지 혹은 성을 아예 쓰지 않을지 결정하면 될 일이에요.

Q)호적도 바꿨나요?

A)바뀌지 않아요. 부모성 함께 쓰기는 일종의 상징적인 문화운동이랍니다.

박현정/국제뉴스팀 saram@hani.co.kr

사진 박종식 사진팀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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