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 “전례 없는 편집권 침해”
삼성 기사 뺀 사장 “정당한 권리”
“규약 통해 편집권 주체 명문화를”
삼성 기사 뺀 사장 “정당한 권리”
“규약 통해 편집권 주체 명문화를”
〈시사저널〉 사장의 ‘삼성그룹 기사 삭제’로 촉발된 ‘시사저널 사태’가 한달이 지나도록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편집권에 대한 사장과 기자들의 시각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어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이다.
지난달 19일 발매된 시사저널 870호에는 삼성 관련 기사가 편집국장을 거치지 않은 채 편집인인 금창태 사장 지시로 통째로 빠졌다. ‘2인자 이학수의 힘, 너무 세졌다’라는 제목의 원고지 20장 분량의 기사였다.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이 계열사 사장단 인사에 지나치게 영향력을 행사해, 그룹 안에서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는 내용이었다.
기자들은 편집국장의 동의를 받지 않고 기사를 무단으로 삭제한 “사상 초유의 사태”라고 주장한다. 이윤삼 편집국장도 사표를 냈다. 기자들은 임의단체인 기자협의회로는 편집권을 지키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지난달 29일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안철흥 노조위원장은 “삼성 출신 사장이 삼성 관련 기사를 편집국장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삭제한 편집권 침해 행위”라고 밝혔다.
현재 기자들은 △사장 퇴진 △편집국장 복귀 △삭제된 기사 게재를 요구하고 있다. 팀장급 기자들은 사장이 주재하는 각종 회의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안은주 기자는 “사장이 기사를 뺐다는 것 자체에 반발하는 게 아니라, 거대 자본이 편집권을 침해한 데 대해 기자들이 분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 사장은 “편집인의 정당한 편집권 행사”라며 기자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금 사장은 “삼성으로부터 압력은 없었으며, 기사 팩트에 문제가 있는데다 기사 내용에 명예훼손 우려가 있어 추가 취재를 더 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고 밝혔다. 금 사장은 “이번 사태를 급하게 봉합할 생각은 없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금 사장은 시사저널 사태를 다룬 〈한겨레21〉과 기자협회, 민주언론시민연합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김영욱 언론재단 미디어연구팀장은 “편집권에 대한 기자들과 경영진의 시각 차이는 시사저널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편집권의 주체와 범위에 대해 회사 쪽과 기자들이 사전 합의를 하고, 이를 편집규약과 같은 규정을 만들어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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