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끊으면 언론시장 휘청”…압력 없어도 알아서 ‘조심’
언론노조·민언련 ‘삼성과 언론’ 토론회
“사장을 접촉한 전·현직 편집장들이 ‘삼성 기사의 경우 아이템 단계부터 다른 기업 기사에 비해 무척 신경을 곤두세우곤 했다’고 증언했다.”
전국언론노조와 민주언론시민연합 주최로 31일 서울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시사저널> 기사 삭제 사태를 계기로 본 삼성과 언론’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안철흥 시사저널 노조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안 위원장은 “2004년 자료를 바탕으로 시사저널이 집계한 결과, 국내 14개 주요 방송사·신문사 광고 매출액 가운데 삼성그룹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8%에 이른다”며 “삼성이 광고를 끊으면 언론 시장이 휘청거릴 정도가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삼성그룹을 해부한 시사저널 통권 기획호가 발간된 뒤,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광고 집행이 한동안 끊긴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안 위원장은 “기업이 굳이 압력을 가하지 않더라도 알아서 ‘조심’할 수밖에 없는 물적 기반이 마련됐고, 기자들도 몇차례 내부 충돌을 거치고 나면 ‘이 기사가 과연 나갈 수 있겠느냐’는 자기 검열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 결과 (삼성에 대한) 일상적인 비판 여론이 주요 언론 지면에서 사라지고 있고, ‘청와대는 기사를 빼지 못해도 삼성은 뺄 수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다”며 “자산 70조원에 육박하는 삼성에 대한 일상적인 경고음이 차단되는 것이 과연 우리 사회와 삼성에 유익한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발제자인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많은 언론들이 지난해 ‘이상호 기자의 X파일’ 사건을 ‘이건희·이학수·홍석현씨의 스캔들’에서 ‘누가 도청을 했는가’로 초점을 흐린 일은 삼성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상호 <문화방송> 기자는 “지난해 5월 이인용 부국장이 삼성 홍보 전무로 갔을 때 문화방송에서 자성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며 “오히려 몇몇 기자들은 ‘앞으로 옷 벗을 선배들이 많은데 이를 문제 삼아 삼성에서 연락이 오지 않으면 어쩌냐’는 식으로 대응했다”고 말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시사저널 사태는 삼성과 한 언론사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언론 전체의 편집권 문제를 되짚어 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취재와 편집 일선에서 일하는 기자들이 외부 압력을 받지 않고 보도할 수 있도록 편집규약 등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시사저널 사태는 삼성과 한 언론사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언론 전체의 편집권 문제를 되짚어 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취재와 편집 일선에서 일하는 기자들이 외부 압력을 받지 않고 보도할 수 있도록 편집규약 등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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