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미디어

미디어 봇물 속 다양한 시각 필요

등록 2006-09-14 22:32

68혁명 세대로 대표적인 ‘현실참여형’ 지식인
인터넷·무가지 아닌 ‘신뢰추락’이 언론위기 본질
[이사람]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창간, 방한 라모네 발행인

14일 오전 11시 서울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 미리 와 있던 기자들은 이냐시오 라모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발행인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까만 선글라스를 쓴 체격 좋은 정장 차림의 서양인이 들어섰다. 라모네였다. 예상 밖이었다. 그동안 신문이나 잡지에서 본 그의 사진, 서가의 장서를 배경으로 한 모습과는 이미지가 너무 달랐다. 그가 선글라스를 벗으면서 기자회견은 시작됐다. 그는 이날 첫 호를 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창간 기념행사 참석을 위해 방한했다.

“라모네는 프랑스 68혁명 세대 출신으로 사르트르 등이 주도한 프랑스 앙가주망(현실 참여) 운동을 계승하는 대표적인 프랑스 지식인으로, 프랑스의 국제문제 전문 월간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15년 동안 이끌고 있습니다. ….”

르몽드코리아 관계자의 소개말을 받아, 라모네는 “봉주르” 하며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그의 앞에는 깨알 같은 글씨가 적힌 손바닥 크기 메모지가 놓여 있었다. 간담회 주제 ‘세계화와 미디어문화 민주주의’를 정리해 놓은 것이다.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문화는 상품화하고 있습니다. 문화 상품화는 강자의 문화만이 살아남는 일종의 ‘다윈주의’라고 말할 수 있죠. 결국 미국 문화만 살아남을 것입니다.”

세계화와 미국에 대한 비판은 이어졌다. “지난해 10월 유네스코에서 문화다양성 협약을 맺었습니다. 신자유주의를 이끄는 세계화에 맞서기 위한 것이죠. 그러나 유네스코 협약은 최소한 30개국에서 비준을 받아야 하는데, 현재 진척이 잘 안 되고 있습니다. 이때를 틈타 미국은 양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을 계속 추진하고 있어요. 미국은 에프티에이를 통해 정치·경제 영향력 확대뿐 아니라, 문화 지배도 시도하고 있습니다.”

라모네는 미디어도 세계화와 비슷한 변화과정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 산업이 성장하면서 과거에 비해 미디어는 외형적으로 수없이 많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많은 미디어들이 동일한 내용과 비슷한 가치만을 얘기하고 있어요. 이것을 깨고 다른 시각을 보여주는 미디어를 찾기 힘듭니다. 미디어 역시 문화와 같이 다양성을 위해 투쟁해야 합니다.”

라모네는 미디어 위기는 신뢰의 위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도 인터넷신문과 무료신문 때문에 유료 일간지가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한 미디어의 문제는 신뢰성 위기입니다. 독자들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방향을 제시해주는 매체를 원합니다. 그런데 현존 언론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라모네는 미디어의 신뢰 추락에 대해 “미디어가 진실을 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해 프랑스에서 유럽연합(EU) 헌법 채택 여부 논란이 일자 프랑스 언론들은 대부분 찬성하는 기사를 썼지만, 프랑스 국민들은 이를 부결시켰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정 정당 편을 들거나 기업 이익을 대변하지 않아야 언론의 신뢰를 높일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글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사 anak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