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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예비언론인 침마르는 ‘도전의 계절’

등록 2006-09-27 19:40

27일 한국프레스센터 12층 언론재단 소강의실에서 유지향(왼쪽에서 두번째)씨가 언론사 수습기자 공채시험을 준비하는 ‘스터디’ 회원들과 함께 글쓰기 방법에 관해 토론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A href="mailto:jijae@hani.co.kr">jijae@hani.co.kr</A>
27일 한국프레스센터 12층 언론재단 소강의실에서 유지향(왼쪽에서 두번째)씨가 언론사 수습기자 공채시험을 준비하는 ‘스터디’ 회원들과 함께 글쓰기 방법에 관해 토론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수습기자 뽑는 가을 성큼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예상논술 글쓰기 씨름 “시간 얼마 안남아 초조…”

아무도 말이 없다. 쓱쓱쓱, 하얀 시험지 위로 볼펜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탁탁탁, 노트북을 두드리는 소리도 들린다. 한 시간쯤 흘렀다. 서로 시험지를 돌려보면서 침묵이 비로소 깨진다.

“본론과 결론이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는 것 같아.” “주장하고자 하는 바를 뒷받침하는 논거를 좀더 보완하는 게 좋겠어.”

지난 25일 낮 1시 한국프레스센터 12층 언론재단 소강의실. 4명의 젊은이들이 ‘테러리즘과 민주주의’란 주제로 쓴 논술을 서로 평가해 주고 있다. 모두 언론사 수습기자 공채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예비언론인들이다. 매주 월·수요일 이렇게 모여 공부한다고 한다. 모임의 이름은 따로 없고 그냥 ‘스터디’라고 부른다.

올 2월 연세대를 졸업한 유지향씨는 4월부터 이 스터디에 참여했다. 그는 이날 아침 식사 대신 우유로 배를 채우고 집을 나섰다. 오전 9시30분부터 스터디가 시작됐다. 그는 신문에서 헌법재판소장 선출 절차와 전시작전통제권 기사를 정리해 스터디 회원들에게 나눠줬다. 오후 2시를 훌쩍 넘겨서야 스터디가 끝났다. 연세대 언론반에 돌아와서도 상식과 영어, 논술 공부는 이어졌다. 밤 11시가 넘어섰다. 하숙집에 돌아가야 할 때가 됐다.

26일 밤 10시 서울 가리봉동 오피스텔에선 박지성씨가 벌써 세 시간째 작문과 씨름하고 있다. 지성씨 역시 올 2월 전남대를 졸업한 뒤, 서울에 올라와 언론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그의 논술 노트에는 예상 문제들이 빽빽이 적혀 있다. ‘저출산 고령화’ ‘삼성공화국’ ‘월드컵과 국가’ ‘신문법’ ‘한-미 FTA’ 등등. 그가 수첩을 펼쳐 본다. ‘한겨레, KBS, YTN ….’ 시험을 치를 언론사 명단이다.

수습기자 공채 시험은 원서 접수에서 최종 합격자 발표까지 보통 두 달에 걸쳐 진행된다. 경쟁률은 수백 대 일을 넘기기 일쑤다. 1차에서 국어·상식·영어 시험을 보는 곳도 있는데, 상당수 언론사들은 1차를 서류전형으로 대체한다. 2차는 논술과 작문을 통해 글쓰기 능력을 평가한다. 3차는 1박2일 합숙을 하며 기사 작성과 집단토론 등을 하는데, 기자로서의 자질과 적성을 살펴보려는 것이다.


찬바람이 살랑살랑 불며 가을이 깊어갈수록 예비 언론인들의 시름도 깊어만 간다. 올 2월 이화여대를 졸업한 김민희씨. “여름이 유난히 더웠지만 가을이 전혀 반갑지 않아요. 이젠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죠.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 가운데는 머리카락도 많이 빠지고, 위장병을 달고 살기도 해요.”

왜 이 고생을 하며 기자가 되려 하는가? 면접 때 단골로 나오는 질문이기도 하다. 박지성씨는 면접장에 가면 이렇게 답할 생각이다. “친구들과 한-미 자유무역협정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 찬성을 하더라고요. 차도 싸게 살 수 있고 국내에서만 폭리를 취하는 기업들도 혼 좀 나야 된다고요. 하지만 여러 측면을 두루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농업과 서비스 분야는 정반대잖아요. 사람들에게 진실을 보여주고 싶어요.” 유지향씨는 “소외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달해 주고, 소통하고 싶어요. 또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게 좋아, 기자가 잘 맞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신문 한 켠에 아무개 기자로 자신의 이름이 실릴 그날을 기다리며 그네들은 다시 논술 예상 문제 목록을 추가한다. ‘부동산 후분양제’ ‘인문학 위기’ ‘공판 중심주의’ ‘아베 정권 출범’ ….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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