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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하니바람] 옆집 할머니네 얘기가 주요 뉴스로

등록 2006-10-29 21:04

노르웨이 스타방에르 지여그이 지역신문인〈스타방에르 아프텐블라드〉의 편집국 모습.
노르웨이 스타방에르 지여그이 지역신문인〈스타방에르 아프텐블라드〉의 편집국 모습.
독자가 주인공인 지역신문
“우리동네 쇼핑몰 건설”이 1면 톱
안보면 대화 안되는 뉴스 담아
노르웨이 ‘스타방에르 아프텐블라드’지

크리스토퍼는 지역신문사 기자입니다. 오늘 밤에는 스타방가르 시내 ‘타우센’이라는 공연장에서 새벽까지 진행되는 공연을 취재하러 갑니다. 복합 문화 공간인 타우센에서 주최하는 이번 콘서트는 다양한 종류의 공연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행사로 우리돈 일만원 가량하는 입장권만 끊으면 단편영화 뿐 아니라 최신 곡부터 재즈, 현대음악, 민속음악에 이르기까지 총 일곱개의 공연을 마음대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전자음악을 하는 밴드 ‘카시오키즈’의 공연을 중심으로 쓸 예정입니다. 공연이 자정에 시작이니 기사까지 다 쓰고 나면 밤을 꼬박 새울 것 같네요.

새벽까지 계속되는 콘서트라 그런지 젊은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건물 바깥 벽에는 슬라이드 형식의 홍보 영상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각 분야의 이른바 언더그라운드 밴드라고는 하지만 출중한 실력으로 다들 알아주는 그룹이라고 합니다. 어떤 그룹은 대도시에서 단독 공연을 할 정도 입니다. 아무 멜로디가 없어 보이는 타악기를 무슨 종교의식이라도 되는 냥 진지하게 연주하는 그룹이 있는가 하면 악보가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의 멜로디를 연주하는 밴드도 있습니다.

크리스토퍼는 여기저기 뛰어 다니며 공연을 스케치 하고 관람객과 출연진을 인터뷰 하느라 바쁩니다. 오슬로에서는 곧 있을 핑크의 공연으로 떠들썩 하겠지만 스타방가르에선 타우센의 공연이 더 큰일입니다. 우리 지역의 뉴스이기 때문입니다. 노르웨이 기자들에게도 출입처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취재원은 ‘지역 주민’입니다. 지역 주민의 발언과 관심사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다루는 것은 독자를 지면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입니다. 별 특징 없어보이는 일상사도 뉴스가 됩니다. 최소한 기록의 가치를 지니기 때문입니다.

노르웨이 오슬로의 편의점 신문 가판.
노르웨이 오슬로의 편의점 신문 가판.
아프텐블라데트 간판. 신문을 나르는 모양의 상징이 귀엽습니다. 저녁 6시가 되면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는 노르웨이에 열한시가 다 되도록 불이 켜져 있는 사무실은 신문사 뿐입니다.
아프텐블라데트 간판. 신문을 나르는 모양의 상징이 귀엽습니다. 저녁 6시가 되면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는 노르웨이에 열한시가 다 되도록 불이 켜져 있는 사무실은 신문사 뿐입니다.

‘스타방가르 아프덴블라드’는 노르웨이 남서쪽에 위치한 스타방가르 지역신문 입니다. 스타방가르는 노르웨이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로 인구가 11만 5천이지만 거주자와 주변 위성도시까지 합하면 대략 27만 5천명 정도입니다.

이 지역의 신문인 스타방가르 아프텐블라드는 1893년 발간된 일간지로 부수가 7만이 좀 넘습니다. 부수가 백만이 넘는 신문도 있는 우리나라에선 너무 작다고 하겠지만 전체 인구가 서울 인구 절반에 못 미치는 인구 460만 노르웨이에서는 발행부수 7위의 신문입니다. 스타방가르 주변 지역민까지 포함하여 인구의 대략 4분의 1 가량이 이 신문을 봅니다.

국민의 70% 이상이 신문을 본다는 신문강국 북유럽에서도 정도가 약할 뿐 신문시장은 위축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르웨이를 비롯한 북유럽의 지역지 부수는 유지 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스타방가르 아프텐블라드의 1면은 언제나 지역뉴스입니다. 지역의 현안이 가장 큰 뉴스 거리이고 정치도 국제도 그 다음 입니다. 오늘만해도 "스타방가르에 복합 쇼핑몰이 생긴다"는 소식이 북핵 문제나 힐러리 클린턴의 출마 결정에 관한 뉴스보다 한참 앞에 나왔습니다(전국지에서는 북핵 문제가 1면에 실렸음). 어차피 그런 뉴스는 TV나 인터넷을 통해 접할 수 있으니 신문에서는 지역의 기사를 충실히 다뤄야 한다는 것입니다.

타우센의 공연 중 재즈/크로스오버 밴드 Andy's Circus의 공연 장면.
타우센의 공연 중 재즈/크로스오버 밴드 Andy's Circus의 공연 장면.

몇 년째 지역지를 구독하고 있다는 귄 귀네르손 할머니(65)는 "지역지는 우리의 삶을 다룬다. 우리가 주인공이다. 작년에는 한국에서 입양한 우리 손자가 학예회 때 연주했던 사진이 실려 아직도 보관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도시가 아닌 시골 같은 경우는 집들이 드문드문 있기 때문에 같은 지역 내에 경조사 등을 알기 위해서는 지역지가 필수 입니다. 여러 신문을 구비해 놓은 식당에 가도 전국지는 한 둘씩 차이가 있지만 지역지는 꼭 있습니다.

퇴근 무렵 편의점에 줄을 서서 석간을 사는 풍경이 일상인 신문 선진국 노르웨이에서 신문의 미래를 찾자면 ’독자의 삶을 더 충실하고 친밀하게 다루는 신문이 사랑 받는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없어서는 안되는 매체가 되면 됩니다. 거창한 아젠다와 거시적인 문제만 다룰 것이 아니라 생생한 지역민의 삶을 통해 보통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현안을 중심으로 펼쳐 나가며 지역주민의 네트워크를 공고히 해야 합니다. 그래서 신문을 안보면 대화가 안 되는 뉴스로 지면을 채워야 합니다.

하수정 soodal@hani.co.kr/<하니바람> 온라인홍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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