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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시민활동가서 기자로 변신 완료!

등록 2006-10-29 22:24

스포트라이트 24시팀 이재명기자
“지금이라도 인터뷰 취소하고 다른 사람 찾으면 안될까?”

‘훤하게 까무잡잡한(?)’ 이재명(36) 기자는 줄곧 제 눈길을 피하고 발길을 따돌리려 했습니다. 시민단체 ‘참여연대’에서 상근활동가로 7년여를 일하면서 숱하게 기자들과 ‘맞장’을 떴을 텐데 말이죠. 하나라도 더 캐물어 <한겨레> 주주ㆍ독자 여러분께 알찬 ‘정보’를 전해야 하는 제 마음을 정말 몰라주고 속을 태우더군요.

노심하고 초사하다가 하루는 그 이유를 따져물었습니다. “난 남들 앞에 나를 드러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 짧게 잘라 말하는 이 기자의 말투에서 오히려 저는 그의 겸손을 보았습니다. 시민단체에서 한국 사회, 특히 힘과 돈을 양손에 쥔 대상을 겨눠 ‘정의의 칼날’을 들이대고 비판하는 일을 하다보니 본인도 깨끗해진 걸까요? 그건 아니더군요. 그의 ‘내공’은 타고난 순수함과 정직함에 있었습니다.

대학오며 서울 처음본 산골촌놈
참여연대 7년 일하다 기자입문
남다른 시각으로 아시아나 특종

이 기자의 순수와 정직의 뿌리는 그가 ‘산골 촌놈’이라는 점에 있습니다. 대학에 입학할 때에야 서울 구경을 했다니까 독자 여러분들도 이해하실 만하시겠죠? 전남 화순의 한 두메에서 나고 자란 이 선배는 초등학생 시절 어머니를 여의었다고 합니다. 들판을 가르며 달리고 물장구 치고 썰매를 지치던 개구쟁이 ‘이재명’에겐 ‘엄마’가 없는 것 자체가 상처였을 겁니다. 자신이 ‘젤루다’ 사랑했다는 할머니와 누나들의 따스한 품에 안겨 눈물로 상처를 치유했다고 하네요. 하지만 상처가 아물었다고 해서 그 흔적마저 사라지지는 않잖아요. 그래서인지 이 선배는 결혼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부모님의 결혼 생활을 보면서 ‘난 저렇게 살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박증으로 남아 있는 것 같아.” 이 기자가 끝끝내 감추고 싶어하는 그의 ‘마음의 속살’입니다. 그의 속살에 빗살무늬처럼 남아 있는 상처를 보듬어 줄 <한겨레> 여성 독자분, 어디 안 계신가요?

이 기자는 지금 편집국 24시팀에서 일하고 있죠. 지난 4월 <한겨레>에 입사해 사회운동가에서 기자로 변신하자마자 놀라운 능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8월에는 ‘아시아나 항공기의 악천후 비행’을 파헤친 보도로 한국기자협회에서 주는 ‘이달의 기자상’을 받았죠. 취재 뒷담화를 물었더니 이 기자는 “워낙 비행기 타는 걸 무서워한다”며 엄살을 부리면서도 한밤중까지 조종사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어려운 항공용어를 공부하고 취재한 얘기를 반짝이는 눈으로 말했어요.

너무 ‘띄워주면’ 이 기자가 고소공포증으로 비명을 지를 것 같아 딴지를 걸고 싶은 심술이 생겼어요. ‘이 기사! 정말 후회된다’를 물었죠. 그랬더니 말하길 “난 시간에 쫓기면 머리가 멍해져 버려. 내가 쓴 대부분의 기사가 모자라지.” 이쯤되면 겸손을 넘어 ‘비굴 모드’로 넘어가는 셈인가요? 하지만 이 기자가 지닌 겸손을 한꺼풀 벗겨내면 고집이 숨어있는 것 같았어요. 절대 포기하지 않는 원칙과 소신이 아니었다면 쓰지 못했을 기사로 이 기자는 ‘퇴직한 검사장의 황당한 버티기’ 기사를 꼽았어요. 공직자윤리위원회가 한 검사장의 퇴직 후 취업을 문제삼자 이 검사장 출신 인사가 소송을 내면서 버티기를 하는 걸 아프게 꼬집은 기사였죠.

끝으로 이 기자가 생각하는 <한겨레>에 대해 물었습니다. “한겨레가 느리더라도 곧게 갔으면 해. 빠르다 보면 그만큼 지나치고 놓치는 게 많아지잖아. 또 신문은 사람이 만드는 거고 신문의 변화는 사람의 변화인데, 기자들이 스스로를 다듬고 정진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해.” 그는 10년 또는 20년 뒤에 고향에서 낚시가게나 낚시터를 열고 싶답니다. 꿈으로 끝날지 모르지만 어쨌든 ‘산골 촌놈 이재명’의 도전과 희망은 쭉 이어지겠죠. 우보천리(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간다는 말을 가장 좋아한다는 그를 보면서, 그가 어서 빨리 참한 아가씨 만나 장가 가기를 바라면서 거듭 이런 생각을 합니다. “사람은 절대 뻔하지 않다.” 전진식 seek16@hani.co.kr/편집국 24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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