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 목동 에스비에스 본사에서 열린 에스비에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지주회사 설립 등 주총 안건을 놓고 표결을 하고 있다. 에스비에스 제공
주총서 부결…소유·경영 분리 제동걸려 방송 재허가 악영향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목적으로 한 에스비에스의 지주회사 설립이 지난해에 이어 또 무산됐다. 지주회사 설립 무산은 올해 말 예정된 에스비에스에 대한 방송위원회의 방송 재허가 결정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28일 에스비에스는 서울 목동 사옥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 ‘지주회사 설립을 위한 회사 분할안’을 놓고 표결을 벌였으나 부결됐다. 찬성 1514만주(59.84%), 반대 1016만주(40.14%)로 특별 결의사항 의결에 필요한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했다.
지주회사 설립에 강하게 반대한 쪽은 귀뚜라미(15.01%)와 한주흥산(3.70%) 등 창업 주주였다. 이들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28명은 지난 20일 “경영 참가 목적으로 에스비에스 주식 1006만2191주(38.59%)를 보유하고 있다”고 금융감독원에 신고하면서 지주회사제 전환에 반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이 지주회사안에 반대한 이유는 회사를 분할하면 최대주주인 태영 쪽의 지배권은 강화되는 반면, 에스비에스와 자회사에 대한 자신들의 경영권 행사 몫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에스비에스 쪽은 분할을 하더라도 지주회사에 대한 태영의 지분율을 현행 30%대로 유지하겠다는 해결책을 제시했으나, 귀뚜라미와 한주흥산 등은 반대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한주흥산 이준희 상무는 “에스비에스가 지주회사제 도입을 목표로 방송과 투자 부문을 분리하기로 한 것은 주주들의 이해에 반하는 결정”이라고 밝혔다.
에스비에스는 지난해 12월 이사회에서 지주회사 체제를 마련하기 위해 투자 사업과 방송 사업을 3 대 7의 비율로 물적 분할하기로 했다. 지난 2004년 방송위원회의 조건부 재허가를 받은 뒤, 에스비에스 노사와 시청자위원회 등이 ‘에스비에스 민영 방송 특별위원회’를 꾸려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등 새 지배구조를 마련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에도 주총을 앞두고 열린 이사회에서 주요 주주 가운데 상당수가 반대해 주총 안건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지주회사 설립 무산이 올해 말 예정된 방송 재허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높아졌다. 방송위는 2004년 에스비에스에 방송 재허가를 내줄 때,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아 이익의 사회 환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조건부 재허가를 내줬다. 방송사들은 방송법에 따라, 3년마다 전파 사용에 관한 방송위의 재허가 추천을 받은 뒤 정보통신부로부터 재허가를 받아야 한다.
에스비에스 노조는 “귀뚜라미 등 주요 주주 쪽이 지주회사 설립을 반대하는 것은 에스비에스를 나눠가지려는 의도”라며 “방송의 공공성에 대한 인식이 없는 이들 주주의 행태가 매우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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