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
파업 100일 ‘노보 특별판’
지난 20일 저녁 서울역 광장. 부슬부슬 빗방울 틈새로 강렬한 기타음과 들끓는 목소리가 스며들어 흩뿌려진다. “다 미쳤어! 다 미쳤어!” 록밴드 허클베리핀의 ‘사막’이다. 이들이 선 무대 위로 현수막이 나부낀다. ‘허클베리핀과 함께하는 시사저널 파업 100일 문화제’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무대 아래선 200여명의 사람들이 흩뿌리는 비에 아랑곳 않은 채 환호성을 보낸다. 이들이 치켜올린 두 손에 하나같이 들려있는 게 눈에 띈다. 잡지다. 그 유명한 ‘짝퉁 시사저널’인가? 아니다. 표지에는 ‘시사저널 노보 특별판’이라는 제호가 박혀있다. “이게 바로 진품 시사저널입니다!” 누군가가 외친다.
지난해 6월 금창태 사장의 삼성 기사 삭제에 맞서 편집권 확보를 내걸고 파업에 들어간 <시사저널> 기자들이 파업 100일째를 맞아 <시사저널 노보 특별판>을 냈다. 기자들과 ‘시사저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시사모)’ 회원들은 이를 ‘진품 시사저널’이라 부른다. 앞서 사쪽은 노조가 특별판을 내기 직전 상표권 도용에 대한 경고를 담은 내용증명을 보냈다. 이에 따라 특별판은 기존 <시사저널>의 판형·제호·레이아웃을 살짝 변형한 모양새로 나오게 됐다. 광고란은 파업 기자들을 지지하는 개인·단체의 의견광고로 채워졌다.
특별판은 파업 100일간의 기록과 함께 이른바 ‘짝퉁 시사저널’ 지면을 집중분석한 기획기사를 담고있다. 기사를 보면, 기자 파업 이후 사쪽이 발행한 <시사저널> 13권의 외고 비율이 무려 63%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발행본의 외고 비율에 비하면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기사 작성자 이름이 없는 경우도 많았다고 이 기사는 지적했다. 또 13권에 실린 광고를 분석한 결과, 14쪽에 이르는 삼성 광고가 가장 많았다고 특별판은 전했다.
김은남 <시사저널> 노조 사무국장은 “진품 시사저널은 애초 파업 100일 문화제에 맞춰 1회성으로 만들었는데, 사람들 반응이 좋아 지속적으로 낼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며 “2호, 3호 계속 내게 된다면 노조 관련 소식뿐 아니라 사회 현안를 직접 취재한 기사들도 싣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26일 회의를 열어 ‘진품 시사저널’을 지속적으로 낼지 결정할 예정이다. 노보 특별판은 시사모 홈페이지(www.sisalove.com)를 통해 주문하거나 피디에프(PDF) 파일로 내려받을 수 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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