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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바람13호] “한겨레 주주 된 보람 있네요”

등록 2007-05-27 17:39수정 2018-05-23 18:07

민들레 소리
세월이 많이 흘렀군요. 20여년 전 어느날 신문에 조선·동아일보에서 쫓겨난 기자들이 새 신문을 창간하는데 돈이 없어 국민들에게 주식을 팔아 신문사를 만든다고 하더군요.

군사독재 정권에 항거하다 쫓겨난 유능하고 실력 있는 기자들의 어려움과 평소 군사독재 정권에 불만을 갖고 있던 저로서는 그냥 모른 채 넘어가기가 어려웠습니다. 어려운 형편이지만 큰 결심을 하고 주식 100주를 구입했답니다. 당시 가족들은 아무 이익도 없고 도움도 안 되는 주식을 못마땅하게 여겼으나 저의 의지를 꺾지는 못했지요.

한겨레는 ‘한글전용’ 신문이었고, 최초로 ‘가로쓰기’를 선보여 창간 뒤 한동안 꽤 인기가 있었습니다. 군사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논조로 젊은층의 지지도 두터웠구요. 세월이 흐르고, 야당이 집권을 하게 되자 한겨레신문은 종래와 달리 정권에 협조적인 논조로 신문을 만드는 것 같아 주주가 된 것을 후회하기도 하고, ‘주식을 처분할 수 없을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한겨레와의 새로운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저에게는 4남매가 있는데 모두 저마다 악기 하나씩을 다루는 음악가이지요. 아버지인 저의 고희를 기념해 4남매가 ‘현악3중주’ 공연을 하기로 했습니다. 칠십 평생 저의 마지막 행사일 것 같아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와 주었으면 해, 일간지 문화면에 조그맣게라도 기사를 내고 싶었지만 막상 아는 사람도 없고 방법도 몰랐습니다. 그러던 중 한겨레신문을 떠올렸고 큰 기대 없이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뜻밖에도 한겨레에는 주주를 맞이하는 ‘별실’이 따로 있었습니다. 순간, 저는 눈이 휘둥그레지고 주주로서의 ‘기’가 살아나는 것 같았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때부터였습니다. 그동안 천대받고 있다며 ‘주주’임을 과소평가했던 저에게 신문사 쪽은 선뜻 사정을 들어주고, 취재를 하겠으니 신문에 쓸 사진까지 준비하라는 것입니다.

‘천지에 이런 일도 있나?’ 한겨레신문사의 ‘주주’라고 이렇게 대접을 해주고, 신문에 기사도 내준다니…. 지금까지 후회했던 한겨레신문 주주가 된 것이 갑자기 큰 보람으로 느껴졌습니다. 더욱이 자식들과 아내로부터 제가 대단한 사람인 양 여겨지게 됐고요. 이렇게 저의 이야기가 <하니바람> 4호(2006. 8. 26. 토)에 나오게 됐습니다.

<하니바람>에 기사가 실린 뒤 가족들은 이제 한겨레 주주인 저를 응원해 주고 있습니다. 이 인연을 계기로 3월에는 처음 ‘주주총회’에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주주·독자들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하니바람>, 참 반갑고 고맙더군요. 그때는 미처 경황이 없어 인사를 드리지 못했던 저를 취재한 리포터를 비롯해 관계자에게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2007년 5월 17일

창간주주 이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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